이번 비행기 추락사고는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던 폴란드 정국에 극심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로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과 예지 슈마이진스키 하원 부의장이 동시에 사망함에 따라 현 대통령 권한대행인 보르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하원 의장이 사실상 유일한 유력 대통령 후보로 남게 됐다. 당초 10월로 예정된 폴란드 대선에는 법과정의당(PiS)의 카친스키 대통령, 시민강령(PO)의 코모로프스키 의장, 민주좌파동맹(SLD)의 슈마이진스키 부의장 등이 출마할 계획이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공격적인 민족주의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유럽연합(EU), 러시아 모두에 대해 강한 반감을 품고 있었다. 이에 반해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친시장주의 경제정책을 추진, 카친스키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강령은 50%의 지지를 얻은 반면 카친스키 대통령의 쌍둥이 형제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전 총리가 이끄는 법과정의당의 지지율은 25%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 정가에서는 지난 2007년 총선을 통해 집권한 시민강령이 이번 대선에서도 승리하면서 좌우 동거 체제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사고의 충격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면 폴란드 정국이 장기적으로 다시 안정을 되찾으면서 '카친스키 형제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대통령이 있지만 총리가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의원내각제인 폴란드의 헌법상 권력 공백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사고의 엄청난 충격파를 감안할 때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하면서 의외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과정의당은 대통령 외에 그라지나 게시카 원내 총무를 비롯한 국회의원 7명 등 많은 핵심간부들이 사망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향후 여론의 흐름에 따라 상당한 동정표를 얻게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법과 정의당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당수가 직접 대선에 출마할 경우 폴란드는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운 '형제 대통령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당수는 아직까지 직접 출마할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을 내세울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고는 기장이 관제탑 지시를 거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러시아 검찰과 항공 당국에 따르면 사고기는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낀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했고 활주로에서 300여m 떨어진 숲 속 나뭇가지 끝에 기체가 부딪힌 후 곧바로 땅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폭발, 화재가 일어났다. 러시아 당국은 사고기 조종사가 벨라루스 민스크로 회항하라는 관제탑의 지시를 무시하고 네번이나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한 공군 고위관계자는 "통제관의 말을 따르지 않고 조종사가 하강속도를 높였다"면서 "다른 공항(벨라루스 민스크)으로 회항하라는 지시도 무시했다"고 말했다. 항공사고 전문가들은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기체가 나뭇가지에 걸리자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면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그러나 기체 결함 등 다른 요인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