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시도한 지하경제 양성화가 올해 세수 목표 2조 7,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세청과 관세청의 세수확보 노력이 기업, 자영업자 등으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어 언제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설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9월말 현재 지하경제 양성화에 의한 세수 실적은 1조9,945억원으로 목표치(2조7,414억원)의 72.8%를 달성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부진한 올해 9월까지의 세수진도율(목표액 대비 실제 세수 실적)인 72.4%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세청이 목표액(1조9,800억원)의 72.6%, 관세청은 73.2%를 각각 거두는 데 성공했다.
과세행정 강화에 의한 세수 확대의 속도가, 자연스러운 경제활동으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이 들어온 속도보다 빨랐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이런 추세라면 연말 지하경제 양성화 달성도는 97.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정당국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세청은 5년 단위 순환 세무조사(정기조사) 대상 법인을 종전 연매출 5,000억원 이상에서 연매출 3,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하면 정기조사 대상은 680여개에서 1,100여개로 늘어난다.
또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유한 의심거래 보고와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를 세무조사와 체납징수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만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속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에서 집권 5년 동안 공약이행에 들어가는 재원 135조1,000억원 가운데 48조원을 국세 수입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27조2,000억원이 지하경제 양성화로 마련해야 할 몫이다. 연차별로는 2013년 2조7,000억원, 2014년 5조5,000억원, 2015년 6조원, 2016년 6조3,000억원, 2017년 6조7,000억원으로, 시간이 갈수록 목표액도 커진다.
그러나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미 기업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9월 160개사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62.9%가 세무조사로 경영상 실질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음지로 숨는 돈도 늘어나는 조짐이 보인다.
올해 상반기 현금영수증 이용 건수는 작년 동기보다 1.4% 줄었고, 9월 신용카드 사용액도 1.7% 감소했다. 민간소비가 작년보다 늘었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음성적인 현금거래가 증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지폐 발행잔액 중 5만원권 비중이 9월 말 66%까지 올라갔지만, 환수율은 48%에 그쳤다. 고액권이 돌지 않고 장롱 깊숙이 숨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연말 지하경제 양성화 달성률이 97%라는 것은 정부가 과세투명성 차원에서 상당히 노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소장은 “올해는 박근혜 정부의 첫해이고 복지재원 마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앞으로도 세정강화 방식으로 세수확보가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세정강화 외에도 제도를 많이 개선했고 국세청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며 “공약가계부상 지하경제 양성화 세수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