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등 자발적 참여로 상생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지향

李대통령의 '친서민 시장경제론'
"가진 사람이 공정해야 약자 살아 갈수 있어"
정부 개입·자율 동시 강조
"경기 양극화 해법은 시장서 찾겠다" 의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22일 오전 서울 화곡동 까치산 시장을 둘러보던 중 수박을 갈라 맛을 보고 있다. /왕태석기자

이명박(MB) 대통령이 12일 "정부가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은 최근 정부의 친서민 정책 강화 방침으로 자칫 시장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재계 등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대통령은 "포퓰리즘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정부의 과도한 친서민 개입이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시장친화적 친서민 정책과 반(反)포퓰리즘을 강조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ㆍ서민 등 시장주체들의 자발적인 나눔과 협력을 통해 성장 쪽에 다소 치우쳤던 'MB노믹스'를 따뜻한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박애자본주의'로 진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기조는 시장개입도 아니고 포퓰리즘도 아니다"라며 "대기업 등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상생의 문화를 조성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친화적 '친서민' 강조=이 대통령은 이날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자발적 참여를 통한 시장친화적 친서민 정책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가진 사람이나 힘을 가진 사람들이 공정하게 하면서 약자가 숨을 쉬며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자활이라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정부, 관계 금융, 거래 관계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사회가 상당히 밝게, 따뜻하게 되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이런 제도를 한다고 해서 법을 강압적으로 한다든가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가장 좋은 것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작은 상거래까지 법으로 한다는 것보다 서로 이해하고 돕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약자인 소상공인들에게는 '자활'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아무리 도와줘도 장사가 안 되는 사람은 안 된다"면서 "소상공인들도 전체 국민 수준이 올라가는 데 따라 거기에 맞춰서 변화가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ㆍ소상공인 스스로 개선을 많이 해야 한다"며 "남의 도움만 받아 성공한 사례가 없다. 자기가 해야 하고 여기에다 남의 협조가 더해졌을 때 성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퓰리즘 변질 가능성 차단=이 대통령은 또 "포퓰리즘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MB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너무 소상공인ㆍ서민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시장경제에 다소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면서 "포퓰리즘은 잠시 좋을 수 있어도 결국 나라를 어렵게 한다. 시장경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 절대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친서민 정책의 포퓰리즘 변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을 당부했다. 임 실장은 "최근 대기업ㆍ중소기업 문제와 관련, 명확히 해둘 것이 있다"면서 "정부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거래를 기반으로 상생ㆍ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 실장은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공정한 시장질서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자는 것"이라면서 "행정력에 의존해 일회성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약자를 위한 '정부 개입' 천명=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큰 기업과 소상공인 관계, 큰 기업과 납품업자와의 관계는 시장경제가 적용되기 힘들다"며 시장 시스템이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시장경제는 갑과 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균형된 힘을 갖고 있을 때 되는 것이지 갑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가 '너 하기 싫으면 관둬라. 할 사람은 많다'는 이런 가운데 올바른 시장경제가 정립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만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따뜻한 사회도 자발적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그런 쪽으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약자를 위한 정부의 개입과 자율성을 동시에 강조한 것은 경기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시장 외의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조금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의 온기가 밑에까지 내려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수를 신장시켜 소상공인들의 장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공정거래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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