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판정이 나기까지 64일간 금융시장은 사실상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였을 뿐 정치적 변수에는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또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 등 거시지표들 역시 그 동안의 흐름을 타고 추세선을 유지하거나 미ㆍ중 등 세계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뿐 탄핵으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은 거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3월12일 당일에는 종합주가지수가 21.11포인트, 코스닥지수가 14.97포인트 떨어지는 등 시장이 일시적인 쇼크를 받았지만 거래소시장은 다음날, 코스닥시장은 이틀 후부터 반등하기 시작하는 등 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또 4월에는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이 최고조에 달해 종합주가지수가 936.06포인트(4월23일 마감지수)까지 오르고 환율은 원화강세가 지속돼 달러당 1,141원10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달 들어 중국의 경기과열 억제조치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설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에 이상기류가 번졌지만 이 역시 탄핵정국과는 무관한 시장 내부의 변화였다는 분석. 환율은 장중 한때 1,190원대까지 오르고 종합주가지수는 800선 아래로 떨어져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는 등 심각한 지경까지 왔고 탄핵기각이 결정된 14일 역시 주가하락ㆍ환율상승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탄핵안이 헌재에 계류돼 있던 2개월 동안 국내경제를 괴롭힌 것은 원자재가격과 유가상승이 지속되면서 내수ㆍ설비투자 부진에 물가불안까지 겹쳤다는 점. 수출이 그나마 호조를 보여 성장을 외끌이로 견인했을 뿐이며 최근 이마저도 ‘차이나 쇼크’로 불안해진 상황이다.
결국 정치권이 탄핵과 총선으로 격변의 시절을 보내는 동안 우리 경제는 훨씬 험악한 국제시장의 풍랑에 멀미를 앓느라 탄핵정국을 곁눈질할 틈도 없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