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가족] 평양 정재갑씨 모자눈물의 작별
"어머니, 통일되면 제가 모실께요""그래 그래"
평양 김형직 군의대학 부교수인 정재갑(66)씨는 1일 롯데월드호텔에서 어머니 안준옥(88ㆍ충북 충주시)와 개별상봉을 한 자리에서 흘러간 이틀이 너무 아쉬운지 "이젠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피눈물로 지샌 긴 기다림 끝에 맞은 이틀이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가고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하는 아픔에 정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가 "어머니를 제가 모실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라고 말하자 어머니 안씨는 "너를 또 보기 위해서도 좋다는 것 다 먹고 오래오래 살아야 겠다"고 답했다.
개별상봉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안씨는 "너무 너무 좋아 눈물이 하나도 안난다.
덩실덩실 길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싶다"고 태연했었다.
그러나 안씨는 아들의 손을 잡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다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지 "50년만에 만난 내 아들아"라며 끝내 눈물을 흘리자 주위에 있던 가족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어 옆에 있던 정씨의 여동생이 "어머니 노랫소리가 울음처럼 들린다"며 오열하자 어머니 안씨는 "하룻밤이라도 내가 끼고 자고 싶다"며 아들을 껴안고 울먹였다.
"경복중학교 3학년 재학중 통일하자는 일념으로 의용군에 입대했다"는 정씨는 "세월이 너무 흘러 사실 어머니를 길에서 봤으면 못 알아 볼 뻔 했다"며 지나간 반백년의 세월을 탓했다.
어머니 안씨는 아들의 교수증을 꼭 쥐며 "이 사진에는 너의 어렸을 적 모습이 남아있다.
이걸 두고 가라"며 애원하기도 했다.
이날 두 번의 개별상봉을 끝내고 방을 나가면서 어머니 안씨가 "건강해라"고 말하자 어머니를 껴안으며 "그럼요. 꼭 보게 될 거예요"라며 눈물로 작별했다.
입력시간 2000/12/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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