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냐, 소문이냐… 테마주의 두 얼굴

최근 이완구 관련주 급등
說믿고 투자하다간 '폭탄'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23일 오전9시50분이다. 그로부터 8분쯤 지난 시각 한 대형 포털사이트의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 후보자 관련 종목에 대한 글이 속속 올라왔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신성그룹 3인방(신성에프에이(104120)·신성이엔지(104110)·신성솔라에너지(011930))은 이날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이완근 신성그룹 회장이 이 후보자와 같은 대학(성균관대) 출신에 친척이라는 점이었다.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 회장이 졸업한 지 6년 뒤인 1971년에서야 입학했다. 두 사람이 하나로 엮일 근거로는 미약하다. 친척은 이름이 비슷해 나온 추측일 뿐 전혀 아니다. 두 사람에게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미 '이완구 테마주'라는 이름의 폭탄 심지에 불이 붙은 뒤였다. 상한가 행진은 3거래일간 지속됐다. 28일부터는 차익실현을 위한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지거나 하락하는 종목이 나타났다. 이완구 테마주에 신속하게 올라탄 일부 투자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불타는 폭탄은 또 다른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네이버는 지난 2002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1만1,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네이버는 국내 최초의 검색포털인 다음(현 다음카카오(035720))과 함께 '인터넷포털 테마주'를 형성했다. '지식IN' 서비스를 앞세워 2003년부터 인터넷포털 시장 1인자로 등극한 네이버는 다음과 생존경쟁을 벌이면서 상승 곡선을 이어가 2007년 하반기 40만원선을 돌파했다. 2010년 '스마트폰 테마주'로 분류된 네이버는 모바일 검색 메신저 활성화에 힘입어 계속 올라 지난해 80만원 고지를 밟았다. 올 들어서는 간편결제 시스템인 '네이버페이' 서비스 개시 계획을 밝히며 '핀테크 테마주'의 핵심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성장동력이 확실한 테마주는 10년이 지나도 모습을 바꿔가며 꾸준히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증시에는 항상 테마가 있다. 정책·기후·기술·산업동향 변화로 테마주가 형성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테마를 만든 실체가 있느냐 여부다. 기업의 성장동력에 올라탄 테마주는 돈으로 연결되지만 소문만으로 형성된 테마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바뀐다. 테마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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