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재원 마련 한계…'비전 없는 비전'

차기정권 정치부담 감수, 국민설득 나설지도 의문
"낙관적 잠재성장률·통일비용 감안 안해" 지적도



정부가 30일 내놓은 ‘비전 2030’은 저출산ㆍ고령화, 양극화 등의 문제를 더이상 방치하면 ‘3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비전 자체에 허점이 산재한데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 부문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며 한발 비켜서며 공허함만을 안겨줬다. 뿐만 아니라 차기 정권에의 연결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통일비용 등 각종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자칫 ‘비전 없는 비전 2030’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계획이 ‘증세(增稅)’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겉만 번지르르한 블루프린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세 없이 비전 달성 못해=구상대로라면 당장 오는 2011년 이후부터 20년 동안 1,100조원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 등을 배제한 현재 가치로 약 403조원. 환란 극복을 위해 사용한 공적자금(168조원)의 두 배를 웃돈다. 계산대로라면 국민 전체부담은 25년간 모두 400조원, 연간 평균 16조원으로 국민 1인당 연간 33만원의 추가적인 부담이 생긴다. 필요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감당할지, 증세를 선택할지는 추후 논의할 부분이다. 다만 국채로 충당한다면 매년 물어야 할 이자까지 감안해 실제 금액은 1,600조원으로 불어난다. 전액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가능성이 희박하다. 증세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조세저항 등을 감안하면 세금이 만능은 아니다. 결국 ▦국채와 조세로 나눠 재원충당 ▦경제예산의 복지예산 전용 ▦부가가치세로 올리는 방안 등이 다각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권 정치적 부담 감수할까=차기 정권이 부담을 감수하면서 국민 설득에 나설지 의문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비전 2030’은 참고용이라고 폄하한 것도 대선정국을 앞둔 상황에서 증세를 요하는 정책이 무리라는 판단 때문. 재정경제부가 오랫동안 준비한 ‘중장기조세개혁안’이 사장(死藏)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전혀 안된 점도 문제다. 벌써부터 경기도는 ‘복지경기’를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정책 도그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비전 해저드’에 빠져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수백조원 통일비용 어떻게 조달하나=남북이 갑작스레 통일될 경우 부담액은 이보다 더 늘어난다. 지난 2000년 골드만삭스는 855조∼3,940조원으로 예상했고 2002년 IMF가 추산한 남북한 통일비용은 최소 400조원이다. 통일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준비자금 적립이 불가피하지만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복지자금을 쓰기로 한 뒤부터는 난감한 일이다. 국방비용도 문제. 2006년 우리나라 국방비(22조5129억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7%(추정치). 정부는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위해 국방비를 매년 9.9%씩 늘려 앞으로 5년간 총 15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계획을 살펴보면 국방비와 미래의 통일비용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정확한 설명이 없다. ◇선진국들은 낮잠 자나=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우리 사정은 남북통일, 안보상황 변화 등 국내 요인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선진국들은 두 걸음 앞서 나갈 수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전 2030은 시장원리나 민간의 역할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고 작은 정부보다는 큰 정부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은 것 아니냐는 점도 논란거리다.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2015년에 3%, 2025년 이후에는 2%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상황에서 정부는 2020년까지 4%대 중ㆍ후반, 2021~2030년 2.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