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중후군(MERS·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후 2주(잠복기)가 지난 뒤에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메르스 감염 전 기저질환이 없었던 환자들 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데다 4차 감염자도 속출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그동안 메르스 방역대책의 근간으로 삼았던 원칙들이 연이어 깨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51번째(38), 152번째(66), 154번째(52) 환자의 마지막 바이러스 노출 시점과 지역은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이다. 증상이 발현된 뒤 확진까지 1~2일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잠복기(2주)가 지난 후 확진자가 된 셈이다. 앞서 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146번째 환자(55)도 최장 잠복기보다 사흘이나 늦게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151번째 환자의 경우 발열이 시작된 시점은 6월5일로 파악된다"며 "우리가 확진 판정을 내리기 훨씬 이전에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152번 환자의 경우도 발열 시점은 6일"이라며 "154번째 환자는 오한 증상을 보인 것은 13일이지만 그 이전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안 좋았다를 반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확진 판정이 늦게 내려졌을 뿐 메르스에 증상이 발현된 시점은 잠복기 내에 있다는 얘기다.
기저질환이 없던 메르스 환자들 가운데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메르스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98번째 환자(58)와 81번째 환자(61)의 경우 기저질환이 없었던 사망자로 파악된다. 보건당국은 51번째 환자(72)의 기저질환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 반장은 "98번째 환자의 경우 메르스 감염 진행 과정에서 콩팥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또 다른 기저질환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함께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며 "81번째 환자의 기저질환에 대해서는 더 조사가 필요하고 51번째 환자의 경우 고령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3차 감염은 없다고 했지만 3차 감염은 물론 4차 감염자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확진자 중 153번째(67) 환자는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소재 서울삼성의원에서 118번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4차 감염인 셈이다. 지금까지 4차 감염자는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119번째(35) 환자를 제외하고도 133번째(70), 145번째(37), 147번째(46), 148번째(39), 150번째(44), 153번째(67) 등 모두 6명이다.
이런 가운데 2m 이내 접촉자 등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하는 원칙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방역은 과학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