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부실기업 대손충당금만 7조원/증시폭락 겹쳐 탈진상태/국민·주택 등 흑자 6∼7곳뿐올들어 잇따라 발생한 대기업 부도와 증시 침체로 각 시중은행들이 무더기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결산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금융시장 여건이 현상황에서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이번 결산에서 흑자가 예상되는 시중은행은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 평화은행 등 6∼7개 은행에 그칠 전망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기업 연쇄부도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와 종합주가지수의 하락으로 은행들이 올해말 결산에서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평가손의 적립규모가 급증,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최악의 결산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한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 쌍방울, 태일정밀, 해태, 뉴코아 등 10개 기업들만 손꼽아도 부실여신이 15조원를 넘어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예상규모가 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또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말 6백90.6포인트에서 최근 5백포인트마저 무너지면서 2백포인트 이상 떨어진 데다 유가증권평가손 적립비율이 30%에서 50%로 높아져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충당금 적립규모가 5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의 손비인정 비율을 현행 총여신의 2%에서 3%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유가증권평가손 충당금에 대한 손비인정, 적립비율 하향조정 등을 허용해줄 것을 재경원과 은행감독원에 건의한 상태다.
은행별로 보면 주택은행은 대손충당금 1백%, 유가증권평가손 1백%, 퇴직급여충당금 1백%를 적립하고도 1천4백억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1천8백억∼1천9백억원(대손충당금 85%, 유가증권평가손 50% 적립), 신한은행은 5백억원 내외, 한미은행은 1백50억∼2백억원, 하나은행은 4백50억∼5백억원, 평화은행은 1백50억∼2백억원 가량의 흑자에 그칠 것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다.
한편 은행들은 환율급등에 따른 원화기준 외화자산의 증가와 부실여신의 급증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한 BIS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적인 경영건전성 지표로 이용되는 BIS비율이 또다시 하락하면 외화차입비용을 상승시키는 등 은행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이기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