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애플에 대한 자사주 매입 요구를 철회했다. 애플이 이미 수백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해 당초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고 주주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대주주들의 반대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아이칸은 10일(현지시간) 인터넷 성명을 통해 "애플이 우리 요구에 상응하는 자사주를 거의 매입했다"며 오는 28일 주총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안을 상정해 표 대결을 벌이려던 계획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애플은 9월까지 최소한 320억달러 이상을 추가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6일 "최근 140억달러를 포함해 지난 1년간 자사주 매입규모가 400억달러에 이른다"며 "3~4월께 추가 매입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이칸은 자신의 제안에 반대한 ISS에 대해 실망감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ISS와 미국 캘리포니아공공근로자연금(CalPERS·캘퍼스) 등 대주주들의 반발이 아이칸에게 결정타를 날렸다고 보고 있다. 앞서 9일 ISS는 "(애플) 이사회가 기업 자본의 상세한 용도까지 간섭하려는 일부 주주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아이칸의 요구를 거부하라"고 주주들에게 추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 심슨 캘퍼스 대변인 역시 10일 성명에서 "아이칸의 계획철회를 환영한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애플)가 계속 알을 낳게 하라"고 말했다. 이들 대주주는 애플이 세금을 피해 1,60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현금 중 약 3분의2를 해외에 보관하고 있어 무리한 자사주 매입 확대가 차입금 등 경영부담을 키울 것으로 우려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