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차한잔]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한방 프리미엄 브랜드 집중투자"
연말까지 저가상품 없애 브랜드 100개 이내로
소비자 눈높이 맞추도록 불합리한 시스템 개혁
생활용품·화장품 경계에 있는 상품 차별화할것


[CEO와 차한잔]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한방 프리미엄 브랜드 집중투자"연말까지 저가상품 없애 브랜드 100개 이내로소비자 눈높이 맞추도록 불합리한 시스템 개혁생활용품·화장품 경계에 있는 상품 차별화할것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사진=김동호 기자 “될 성 부른 한방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 투자해 이윤을 극대화시키겠습니다.” 올초 LG생활건강 사령탑에 오른 차석용(52) 사장은 “현재 LG생활건강에는 250여개에 달하는 생활용품ㆍ화장품 브랜드가 있는데 이중 나도 모르는 브랜드들이 절반 가량 된다”며 “올 연말까지 저가상품은 서서히 단종시켜 전체 브랜드 숫자를 100개 미만으로 줄이고 한방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 투자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통하는 그의 마케팅 전략에는 복잡한 공식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될 성 부른 브랜드에만 집중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과감히 버린다는 것. 여의도 LG트윈타워의 LG생활건강 사무실에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LG생활건강 직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LG그룹의 대표적인 ‘넥타이 부대’의 일원이었지만 요즘은 노타이에 캐주얼 차림의 직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올들어 시행된 ‘플렉서블 타임제’덕분에 야근하는 직원들이 줄었고 퇴근시간도 빨라져 전형적인 대기업 문화인 ‘퇴근시간 눈치보기’가 사라졌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차 사장이 있다. 그는 LG생활건강의 경쟁 회사인 P&G에서 잔뼈가 굵은 마케팅 전문가로, 지난해 성장률ㆍ이익률 등의 하락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던 LG생활건강이 자존심을 꺾고 삼고초려 끝에 영입됐다. 취임 초기에는 위기에 빠진 'LG생활건강호(號)'를 건져낼 ‘구원투수’라는 평가와 함께 보수적인 문화가 뿌리깊이 남아 있는 회사에서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차 사장은 취임 이후 혁신적인 기업문화 변신과 함께 강력한 브랜드 구조조정,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 등을 통해 회사의 체질개선에 성공, 일각의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올 상반기 매출은 4,9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줄어들었으나 영업이익은 14.4%나 증가한 401억원을 기록해 질적인 면에서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직원들을 격려하고 효율성과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불합리한 시스템은 과감히 개혁했다”며 “올 상반기 과감한 브랜드 구조조정과 시스템 개선에 주력했고 수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에 적극 투자한 것이 이익률 성장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차 사장이 취임 이후 선보인 섬유 유연제 ‘샤프란’, 샴푸 ‘리엔’, 치약 ‘럭키스타’ 등은 품질을 높인 대신 가격은 기존 제품의 2~4배에 달한다. 또한 ‘한스푼’ ‘랑데부’등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점진적으로 단종시켰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이 더욱 돋보인다. 시판보다 훨씬 이익률이 높은 백화점ㆍ방문판매용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한방화장품 ‘후’의 모델로 거액을 들여 톱 모델 고현정씨를 기용했고 ‘오휘’는 탤런트 김태희씨를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0.5%, 9.2%에 그쳤던 ‘후’와 ‘오휘’의 브랜드 인지도가 7월 말 현재 각각 2,2%, 11.2%로 늘어났다. 5% 미만이었던 방문판매 비중도 올들어 7%까지 늘어났다. 차 사장은 올 연말까지 각 브랜드의 인지도를 20%까지 끌어올리고 방문판매 비중도 1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는 LG생활건강의 하반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한방을 이용한 생활용품 브랜드, 건강기능식품, 기저귀 등을 비롯한 종이제품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에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건강기능식품도 공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차 사장은 “브랜드는 자식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잘 키울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만들지를 말아야 한다”며 “생활용품과 화장품의 경계에 있는 상품군에 차별화한 창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할인점 등 대형유통망과 제조업체간에 불거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는 기존 제조 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와 달리 그는 “유통 회사들이 회전율이 빠르고 이익이 남는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 사장은 “제조회사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유통회사의 욕구를 충족쳐譏娩摸?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며 이는 결국 소비자 중심의 경영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모든게 변해도 소비자는 불변" 차석용 사장의 경영철학은 소비자 중심이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망ㆍ유행 등 모든 것이 변해도 소비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재 제조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소비자 중심 경영을 내세우지만 차 사장의 '소비자'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수백년 동안 사랑받는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기업 위주의 제품개발ㆍ마케팅ㆍ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케팅에 대한 정의 역시 "좋은 제품을 단순히 더 좋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이 더 좋아하도록 포장하는 것"이라고 차 사장은 습관처럼 말한다. 이 같은 경영철학 덕분에 직원들이 차 사장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바로 "소비자가 좋아할까"라는 것이다. 차 사장의 지극한 소비자 사랑 때문에 회사 직원들은 가끔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사장 보고 시에 진땀을 빼기도 한다는 후문. 차 사장은 또 합리적인 CEO로 통한다. 실리를 중시하는 외국계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탓에 불합리한 요소들은 보는 즉시 해결해야 마음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는 LG생활건강의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불필요한 시간이 낭비되는 임원회의를 화상회의로 대체한 것은 좋은 사례. 또한 팀장급 회의에 아무런 격식 없이 참여해 의견을 교환하고 좋은 아이디어는 그 자리에서 바로 구체화해서 실시하도록 지시하기도 한다. 특히 점심이나 저녁식사 때 임원들을 '동원'하는 관례를 깸으로써 창조적인 일에 임원들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사내에서는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로서 특정 인맥을 중시하는 대기업 문화의 악습을 끊고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약력 ▦53년 서울 출생 ▦74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81년 뉴욕주립대 회계학과 졸업, 미국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83년 코넬대 경영대학원 석사(MBA) ▦85년 미국 P&G 입사 ▦96년 P&G 아시아 지역 종이제품 총괄 수석재무담당 전무 ▦97년 P&G 아시아 지역 탬폰 사업부 총괄본부장 ▦98년 P&G 쌍용제지㈜ 사장 ▦99년 한국P&G㈜ 사장 ▦2001년 해태제과식품㈜ 사장 ▦2005년 ㈜LG생활건강 사장 입력시간 : 2005/08/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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