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분, 겨드랑이털서 가장 잘 검출

국과수 분석 결과…겨드랑이털→음모→머리카락 順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서 경찰이 마약흡입의 근거물로 머리카락이나 음모 등을 채취.분석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들 체모에 미량의 마약성분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카락을 포함한 털 가운데 어디가 마약성분의 농도가 가장 높을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마약분석과 한은영 연구사팀은 법과학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국제법의학.과학저널(Forensic Science International)' 최근호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법과학분야 저명저널에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발표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연구팀은 2년여에 걸쳐 수집한 히로뽕(메스암페타민) 흡입자 14명의 머리카락과겨드랑이털, 음모 등을 채취, 각각의 털에 마약 성분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과 겨드랑이털이 동시에 확보돼 각각의 농도를 비교한 5명의경우 머리카락의 평균농도(13.9ng/mg)보다 겨드랑이털의 평균농도(18.68)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한 머리카락과 음모가 동시에 확보된 3명의 경우도 각기 머리카락 평균농도(22.34)보다 음모(26.85)의 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머리카락과 겨드랑이털, 음모가 모두 확보된 사람에 대한 조사에서는 겨드랑이털(53.35)의 마약 농도가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음모(49.67), 머리카락(22.7)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통적으로 머리카락보다 음모나 겨드랑이털에서 마약농도가 높게 검출된 것은 겨드랑이털의 경우 땀 샘에서 분비된 마약성분이 오랜기간 농축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음모는 성장이 느려 마약성분의 축적도가 높은 데다 소변으로 배출되던 마약성분이 음모에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한은영 연구사는 "워낙 샘플을 구하기가 힘들어 연구대상이 적고 농도의 차이는있지만 머리카락의 마약성분이 겨드랑이털과 음모에서도 검출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있었다"면서 "이는 범죄 현장에 머리카락이 없으면 다른 체모도 수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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