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의 새로운 시장은 화물운송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돈이 돌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중국과 인도를 쳐다보면서 타자방향을 잡고 있다. 그들은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들의 높은 경제 성장에 힘 입어 화물 파생상품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각) 신용경색 파문이후 대부분의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과는 달리 원자재 운송과 관련한 화물 파생상품 거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에 따르면 지난주 화물파생상품 거래가 30억달러에 달하는 등 올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배이상 늘어난 1,5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파생상품거래는 570억달러에 그쳤으며, 2000년에는 30억달러에 불과했다.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그동안 국제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었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 (CDS) 등 주요 파생상품 시장이 신용위기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것과는 대조된다. 신문은 특히 최근 이 같은 시장 확대의 주 원인이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들의 높은 경제성장에 따른 원자재 등 운송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브라질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부터 대량의 철광석을 수입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수출입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해상운송 요금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철광석과 석탄, 각종 곡물 등 건화물을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사상 처음으로 1만포인트를 넘어섰다. BDI는 세계 26개 항로의 건화물 운임과 용선료를 종합한 지수다. 화물 파생상품(Freight Derivatives)이란 선하증권(B/L)과 환어음(Bill of Exchange)등 화물 운송과 관련한 가치물을 금융 상품으로 전환한 것을 말한다. 선도 거래 형식을 띄는 이 거래는 이전까지 화물 운송료 변동 등에 의한 손실을 예방하려는 해운사와 제조업체들에 의해 주로 이뤄져 왔다. 날씨 상태나 항만 적체, 해당 선박 수배 여부 등에 따라 가치물을 할인해 위험을 미리 회피하려는 수요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신용위기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이 분야에 대거 뛰어들면서 시장이 비약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이미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맥쿼리 은행 등이 최근 몇 달새 '전담거래팀(Proprietary Trading Desks)'을 만들어 화물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존 바나스키비츠 FIS사 전무는 "지난 1년간 신규로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금융기관들도 이 상품을 이용한 수익성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시장 규모 확대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물 파생상품은 기상 조건이나 선박 운항 상태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과 동시에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시장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