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탈북자들이 남한에서의 새로운 삶을 위한 적응 기간을 갖는 곳이다. 기본적으로는 당장 갈 곳이 없는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곳이지만 이들이 순수한 탈북자인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실제로 2008년 개소 이후 센터를 거쳐 간 만 명 정도의 탈북자 중 직파간첩 13명과 각종 지원금을 노린 중국동포ㆍ화교도 120여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합동신문센터의 첫 인상은 이름이 주는 고압적인 느낌과 달리 4층 높이의 건물에 안에는 일반 사무실 느낌 그대로다. 센터 전체를 요새처럼 두르고 있는 3m 높이의 철조망 담장만 아니면 기업 연수원이나 대학 캠퍼스 같은 느낌마저 준다. 탈북자들이 생활하는 4층에서는 외벽이 유리로 돼 있어 건물 주변으로 활짝 핀 벚꽃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센터 한 편에 마련된 테니스장에서는 운동을 즐기는 탈북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탈북자들이 10평 크기의 4~5인실에서 생활한다. TV와 책상,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탈북자들은 조사 받는 시간 외에는 TV 뉴스나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생활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시설은 엄중한 보안을 요하는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으로 분류돼 있어 지금까지 한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동생 가려씨가 지난해 4월 "합신센터에서 폭행ㆍ폭언을 당한 끝에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고백을 했다"고 폭로하고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사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까지 제기되자 이 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시설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이날 마련된 간담회에서 국정원이 소개한 수용 탈북민 5명은 "조사관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존댓말을 사용한다"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혹 행위가 이뤄질 만한 대상은 일반 진짜 탈북자가 아닌 간첩으로 의심되는 탈북자들로 이들이 6개월간 심층조사를 받으면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합신센터에서 가혹 행위가 이뤄진다는 일부 증언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CCTV 운영 등에 있어 정확한 지침을 마련해 인권 침해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