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를 일기로 23일 사망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구소련 해체와 러시아 민주화, 시장경제 도입 등을 이끌었다.
옐친 전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이끌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동지로 급진적인 러시아 민주화를 주창해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기반으로 1990년 5월 러시아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1991년 12월 8일 옐친은 고르바초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스 공화국 정상들과 만나 소련을 해체하고 국가간 협력체인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했다.
옐친은 그러나 그후 10년동안 대통령 자리를 지키면서 구 소련 붕괴와 러시아 민주주의의 출범이라는 역사적 공로에도 불구하고 국영 석유사를 헐값에 매각하는 등 지나치게 급진적인 경제 개혁을 이끌어 결과적으로 러시아 인민의 생활 수준을 급격히 저하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 1994년 체첸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으나 결국 실패해 외교적으로 러시아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옐친은 또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놓지 않아 불안한 국정 운영을 계속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 1996년 돌연히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사망설까지 나돌자 결국 심장병에 걸린 사실을 시인하고 병상과 별장을 오가는 통치를 펼쳤다. 결국 옐친은 지난 1999년 12월 건강 문제와 후진 양성을 이유로 블라디미르 푸친 총리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