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코로만형은 역시 효자.' 한국 레슬링이 올림픽 그레코로만형에서 6회 연속 금맥을 뚫어 그레코 강국의명성을 재확인했다.
비밀병기 정지현(한체대)이 27일(한국시간) 아테네 아노리오시아홀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 결승에서 로베르토 몬존(쿠바)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것.
지난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자유형 62kg급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신고했던 한국은 '84 LA 대회 이후 이번까지 6회 연속 금을 굴렸는데 특히 한국의전통적 강세 종목인 그레코로만형은 한차례도 빠짐없이 1위 시상대에 올랐다.
LA대회에서 김원기(62kg급)가 금 사냥의 스타트를 끊기 시작한 그레코는 김영남('88서울), 안한봉('92바르셀로나), 심권호('96애틀랜타,2000시드니)에 이어 정지현이라는 또 하나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전력이 평준화된 자유형도 이 기간 3명이 금을 획득했지만 '92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아직 금을 만져보지 못했다.
그레코로만형은 이번 대회에서 믿었던 김인섭과 임대원(이상 삼성생명)이 동반부진, 4강 문턱에서 좌절해 할 말을 잃기도 했으나 세계 무대 데뷔전이나 다름없었던 정지현이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예선전을 포함해 5전 전승으로 애국가를 울리자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표정이다.
은퇴를 선언한 김인섭은 특히 후배인 정지현이 시드니대회 결승에서 자신에게패배를 안겼던 당대 최강 아르멘 나자리안(불가리아)을 4강에서 격파, 4년전 패배를간접 설욕했다.
정지현의 아테네발 낭보로 그레코로만형은 제2의 중흥기를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인섭 등 노장급의 은퇴가 불가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젊은피'들이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해 머지않은 장래에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담금질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협회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은 탓에 레슬링의 발전과 운명을 같이 했던 삼성의 지원금이 줄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했던 대한레슬링협회는정지현의 대활약으로 지원금 인상의 기대를 부풀리게 됐다.
이와 함께 '3D 종목'으로 여겨져 '새싹'들의 기피 경향이 없지 않았으나 이날쾌거로 저변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된 것도 정지현으로 대변된 그레코로만형의 수확이다.
그레코가 제몫을 다한 가운데 자유형도 바통을 이어받아 12년 맺힌 금빛 메달의한을 풀게 될 지 주목된다.
/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