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 임원연봉 공개 명암] 사장보다 3배 더 받는 벤처 상무, 적자 났는데 수십억 챙기는 오너

明 "벤처 생명은 도전정신… 개발의욕 높이자"
제이티·안트로젠 등 직급 낮아도 특별대우
暗 "회사 비틀거리고 직원 연봉은 대폭 깎였는데…"
네패스·서원 등 중소상장사 대주주 돈잔치 눈총



#일반적으로 직급이 높으면 봉급도 많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게임업체 엔씨소트프에는 이러한 통념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사내 연봉킹은 초대형 흥행작 '리니지' 개발을 주도했던 배재현 게임총괄 부사장. 그가 지난해 받은 연봉은 급여와 성과급·상여금 포함 8억700만원으로 김택진 사장(6억4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많다.

#지난해 48억원의 영업손실과 2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비철금속업체 서원. 이 때문에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1년 전에 비해 16%나 줄어야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조시영 대표는 무려 18억원을 거머쥐었다. 계열사 대창에서 지급한 18억원까지 합치면 총 36억원을 챙긴 셈이다.

상장사 등기임원의 봉급이 지난 31일 공개되면서 개별 기업의 연봉을 둘러싼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중소상장사 중에는 개발의욕을 높이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보다 낮은 직급의 임원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회사 사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도한 연봉을 챙기는 오너도 등장해 눈총을 받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업체인 제이티의 임대호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2억7,800만원을 보수로 받아 최대주주인 유홍준 대표를 제치고 사내 최고 연봉 자리에 올라섰다. 테라세미콘의 이병일 부사장 겸 연구소장도 사내에서 유일하게 5억원 이상을 받는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상장사인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안트로젠 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는 김미형 상무 역시 1억4,800만원을 벌어 사장의 3배를 넘었다.

이러한 봉급 역전에는 연구개발과 시장개척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아무리 직급이 낮아도 필요하다면 CEO보다 더 많은 연봉을 줄 수 있다는 벤처 특유의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의 생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도전정신"이라며 "연구원 또는 개발자가 경우에 따라 사장보다 월급이 많은 특별대우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회사는 비틀거리고 직원들의 연봉은 깎였는데 오너만 수십억원씩 챙기는 기업이 그 예다.

실제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디스플레이 부품업체인 네패스는 지난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200만원가량 깎으면서 최대주주인 이병구 회장에게는 17억원을 퍼주었고 소셜미디어99·코데즈컴바인·메지온·모린스 등도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최대주주에게 10억원 이상의 보수를 안겨 눈총을 샀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오너가 부진한 성과에도 대기업 못지않은 뭉칫돈을 챙기는 데는 이사회의 역할 부재가 큰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실적이 나쁘면 봉급도 조정돼야 하는데 이사회를 최대주주가 장악하고 있다 보니 이러한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의 관심이 대기업으로 집중되다 보니 중소 상장사의 문제가 제대로 부각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이재수 변호사는 "임원 보수 공개가 너무 대기업에 맞춰지다 보니 대기업 못지않은 봉급을 챙기는 중소상장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느낌"이라며 "이들의 이사회가 대부분 오너에 장악돼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소액주주가 좀 더 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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