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내사랑' 사전제작제로 제작 눈길

한ㆍ중 수교 10주년을 기념, KBS와 중국의 CCTV가 공동 제작중인 미니시리즈 '북경 내사랑'(극본 김균태ㆍ연출 이교욱)이 '사전 전작제'로 제작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국내 미니시리즈가 촬영을 모두 마친 뒤 방영에 들어가는 사전 전작제로 준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ㆍ중 합작 20부작 드라마인 '북경 내사랑'은 재벌의 아들인 민국(고수 분)이 중국 에 홀로 남겨진 뒤 중국 여성 메이의 도움으로 사업과 사랑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드라마. 상대역 메이에 캐스팅 된 랴오 샤오친(22)이 현지 오디션에서 8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10월 31일 첫 촬영에 돌입한 제작진은 12월부터 4개월간 중국 현지 촬영을 거쳐 드라마 20부를 완성한다는 계획. 방영은 내년 7월께로 예정돼 있다. 드라마 전작제는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제도. 방영 전에 드라마 촬영을 모두 끝내기에 그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방영되는 국내 드라마의 경우 여러 제작 여건상 사전 제작제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로 인해 '작품의 결말을 정하는 건 작가가 아니라 시청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시청자의 반응 및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초 20부작으로 계획됐던 MBC '리멤버'는 낮은 시청률로 14부 만에 종영됐고 초반 시청률이 기대 이상이었던 SBS '여인천하'는 150회로 연장 방영하면서도 당초 계획돼 있던 문정왕후 섭정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KBS '명성황후'는 연장 방영 결정에 따라 명성황후 역이 교체되는 해프닝도 겪었다. 한편 드라마 등급제의 정착을 위해서도 사전 전작제의 정립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제 찍어 오늘 방영하는' 제작 시스템 하에서는 제대로 된 심의를 기대할 수 없고, 낮은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장면이 삽입될 우려 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사전 전작제 없는 드라마 등급제는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는 방송가의 의견도 이를 반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졸속 제작이 보편화돼 있는 우리 방송가의 현실상 사전 전작제가 빠른 시일내에 보편화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경 내사랑'의 행보는 그래서 더 반가운 측면이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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