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도 금융위기 기로에

투자사들 과도한 채무로 줄파산 위험… 은행권 타격 불가피


수백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금융투자 산업이 막대한 채무를 갚지 못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두바이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인접국가인 쿠웨이트도 금융위기 국면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쿠웨이트 경제가 정부 주도로 운영되고 있어 투자산업의 위기가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겠지만 금융시스템의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현지 은행권 고위관계자들을 인용, 쿠웨이트의 투자회사들이 과도한 부채로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으며 상당수가 파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에는 현재 100여개의 투자회사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호황때 투자자산은 500억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미 쿠웨이트의 거대 투자회사 2곳이 지난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후 디폴트를 선언한 투자회사는 아직 없지만 상당수가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많은 투자회사들은 사실상 지불불능 상태에 있지만 이들의 파산을 꺼리는 현지은행들이 생명을 연장시켜 주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회사인 알샬의 자셈 알-사돈 회장은 "지금 운영되는 투자회사들의 절반 가량을 내년에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투자회사들이 지난 10년간 풍부한 오일달러와 낮은 자금조달 비용으로 국내외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온 것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쿠웨이트 정부의 투자관련 규제가 상당히 허술했던 점도 이유로 꼽혔다. 현지은행 관계자는 "쿠웨이트 투자모델은 앞으로 생존이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투자회사들은 최근까지 5,200만달러의 기본자본만으로 당국의 사업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투자회사 100여개가 무분별하게 들어섰으며 자산총액도 지난 2004년 165억달러에서 2007년에 520억달러로 크게 불어났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자산총액은 지난 2009년 9월 470억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손실액이 장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투자회사들의 채무총액은 그간 줄어들지 않고 310억달러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FT는 "투자회사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보유자산을 해외에 헐값으로 내놓는 과정 등에서 쿠웨이트 은행권으로 위험이 전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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