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세계 경제 부진과 경쟁국의 추격으로 안심할 수 없다. 특히 내수 부진과 경제성장 둔화로 고용·임금·소득 정체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아 자칫 저성장, 저물가, 자산시장 붕괴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 확대, 금융·세제 지원 확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한 통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이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대규모 적자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복지 지출이 금년도 106조원에서 약 115조원 규모로 증가해 전체 예산에서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또한 교육· 문화·환경·연구개발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지출이 증가하고 특히 당초에 줄이기로 한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출도 늘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세수는 획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내년도 재정수지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가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자칫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재정 건전성만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언제부터인가 성장은 보수, 복지는 진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상호 간 공통분모가 없는 대립적 개념으로 오인되고 있다.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서 SOC로 대표되는 성장과 복지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성장과 복지는 대척점에 있지 않고 큰 맥락에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지향한다. 성장을 위한 SOC 투자 확충을 예로 들어 보자. 만약 개인의 원활한 이동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재해와 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며 인프라 부족으로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저하돼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국민들의 실질적 복지 수준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기반시설, 즉 SOC는 보편적 복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산 및 교통시설·국토개발 등 대규모 SOC 투자에 집중했다. 반면 국민들이 먹고, 자고, 쉬고, 일하는 등 실질적인 생활과 관련성이 높은 생활형 SOC에 대한 관심은 크지 못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 간 생활형 SOC에 대한 격차가 크다. 농어촌과 중소도시는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소득 기반의 취약, 문화·의료·교통 등 생활여건 부실 등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리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양질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복지 수준도 꾸준한 향상이 필요하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일거양득의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