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책임제' 도입 필요

보완책 어떤게 있나
현행 연대책임제 방식·善意 피해자 양산 우려



집단소송은 소액 투자자의 권리 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패소할 경우 잘못의 경중과 상관없이 모든 임원과 회계법인ㆍ회계사들이 상한선 없이 연대책임을 지도록 돼 있어 엉뚱한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책임의 경중은 법원이 따질 문제로 추가적인 제도보완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이나 회계법인ㆍ법조계 등은 비례책임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1995년 증권민사소송개혁법(PSLRA)을 통해 비례책임제를 추가했고, 정부도 비례책임제 도입 등을 포함한 집단소송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상윤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책임비례 배상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한 경우는 전체 손해 배상액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개인의 책임비율에 따라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잘못한 만큼만 처벌 받겠다= 회계법인은 고의성이 있거나 뇌물수수 등을 통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선 엄벌을 받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상 기업의 경제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등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남발할 것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도 집단소송의 대상이 분식회계인 상황에서 회계담당과 영업담당 임원이 똑같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스티브 최 U.C. 버클리대학 법학부 교수는 “한국과 미국간의 시장여건 차이를 감안한 제도운용이 필수적”이라며 “미국은 배상책임에 대해 비례책임과 연대책임을 섞어 쓰지만, 한국은 기업지배구조 등을 감안할 때 비례책임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측은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잘못을 물을 건지 법적으로 정해놓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상황에 맞게 법원에서 판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손해배상책임에도 한도가 필요= 회계법인 등은 비례책임제도와 함께 손해배상액 한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제도상으로는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상한선 없이 ‘무한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때문에 집단소송과 관련된 보험에 가입하기도 힘들고, 고액배상이 두려워 화해에 쉽게 응하다 보면 소송의 남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한종철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한 번 패소하면 회계법인이 문 닫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배상한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집단소송의 손해배상 산정방법에 대해 아직 실무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배상한도를 정해 놓으면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에 도움이 된다“며 “새로운 제도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남소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는 배상책임한도를 제한하면 주주들의 피해보상액도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며 규정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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