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통사 보조금 경쟁 그만두고 통화부터 되게 해라

SK텔레콤 통신망에 20일 장애가 발생해 가입자들이 전화통화와 인터넷 사용을 5시간 이상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관리를 담당하는 모듈의 장애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찮다. 최고경영자(CEO)가 고개를 숙이고 피해보상책을 내놓았으나 고객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데이터가 먹통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가장 기본적인 전화통화까지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SK텔레콤으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성민 대표가 직접 나서 "SK텔레콤이라고 하면 통화품질부터 먼저 떠올렸는데 밑바닥부터 발생원인을 근본적으로 찾아내겠다"고 다짐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하 대표의 말대로 근본 원인을 찾는 게 시급하다. 잦은 먹통 사태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한 가지만은 자명하다.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에 맞는 통신망 투자에 신경을 덜 썼다는 것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에 비례해 네트워크 확충이 뒤따르지 못했다.

보조금 경쟁에만 매달리다 보니 통신망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비단 SK텔레콤뿐이랴. 이동통신3사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다. 이통3사는 보조금 지급 등 마케팅에 매년 8조원가량을 쏟아붓고 있다. 투자규모는 7조원을 웃돈다. 그나마 투자는 늘지 않고 제자리거나 줄어드는 추세다. 사고가 안 나는 게 이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조금 경쟁에 들어가는 돈 가운데 일부라도 네트워크 보강에 투입했더라면 연이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통신망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율적으로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먹통 사태가 일어난 20일에도 이통3사는 시장 안정화 방안과 공정경쟁 서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오류를 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질을 고민하기보다 가입자 유치 경쟁에 목매는 한 통신망 장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통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휴대폰 통화와 데이터 통신이 끊김 없이 잘되게 하고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불통 사태가 한 번 더 빚어지면 이통사들은 설 땅이 없어지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당국도 윽박지르지만 말고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통신망 투자를 늘리는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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