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서 활로 찾는 구미 IT기업

시장 포화에 새 먹거리로 관심 40여곳 업종전환·사업 다각화
경북도 국책사업 지원도 효과 신제품 출시·해외진출 잇따라

구미 의료기기 기업인 맨엔텔의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하지재활 치료기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맨엔텔

경북 구미의 정보기술(IT) 교육장비 전문 개발기업 맨엔텔은 축적된 IT 교육장비 기술력을 발판으로 4년 전 재활환자를 위한 전문치료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앞으로 노인의 퇴행성 질환 및 수술 후 신체 장애 치료를 위한 재활치료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 아래 의료기기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맨엔텔이 개발한 하지재활 전문치료기 '3차원 균형훈련기'는 현재 국내 병원과 보건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다 필리핀과 인도 등으로 수출되면서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하지재활을 위한 수직·수평 훈련 유도장치'가 지난 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하면서 회사는 의료기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광욱 맨엔텔 대표는 "IT 교육장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기기산업으로 진출했다"며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어려움은 많지만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해외시장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첨단업종 집적지인 구미에서 IT 기업들이 잇따라 전자의료기기로 업종전환 또는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새로운 '활로찾기'에 분주한다.

모바일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데다 일부 IT 업종이 성장기를 지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관련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IT 기반 의료기기에 큰 관심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GE(General Electric), 필립스, 지멘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과거 IT에서 기반을 뒀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경북도와 구미시 등 지방자치단체 역시 산업통산자원부와 함께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IT기업들의 사업전환을 지원하는 '전자의료기기 부품·소재 산업화 기반구축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전자의료기기 부품소재 상용화 지원센터 구축, 집적 생산단지 조성, R&DB(사업화연계 기술개발) 지원 등이며 지난 2011년부터 오는 2016년 8월까지 1,21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사업의 핵심인 상용화 지원센터(지상 5층, 연면적 1만996㎡)는 지난 7월 구미시 신평동 금오테크노밸리(옛 금오공과대학교 캠퍼스)에서 기공식을 갖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IT의료융합기술사업단에 따르면 오성전자가 주력 업종을 LCD에서 의료기기(모발이식장치·복약관리시스템)로 전환하는 등 현재 30~40여개 IT기업이 의료기기로 업종전환 또는 다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바이오헬스기기를 생산하는 미국 NDD와 초음파 진단기기를 생산하는 국내 의료기기 선두업체인 삼성메디슨이 구미로 사업장을 이전하기도 했다.

사업단이 최근 옛 대우전자 부지(국가산단 1단지)에 조성할 예정인 의료기기 집적 생산단지(아파트형 공장)에 대해 입주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급 면적의 3배 가량 수요가 몰려 기업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현재 구미 국가산업단지 등에는 3,0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이 중 1,000개 가량이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등 IT 관련 기업이다. 여기에 초정밀 기계 가공과 디자인을 위한 금형 사출 등의 업종을 포함하면 입주기업의 절반 이상이 의료기기 전환이나 협업이 가능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7년 4,34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 의료기기 생산액도 2011년 3조3,6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하는 등 시장이 커지고 있다.

김상희 IT의료융합기술사업단장은 "구미는 IT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고 협업하기에 유리한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전자의료기기 부품소재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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