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3세의 범일정보통신 사장 서주철(徐柱喆)씨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그는 창업 7년만에 투자금액의 1,000배가 넘는 거액을 받고 회사를 다국적기업인 L&H사에 매각한 것이다. 徐사장은 매각대금 가운데 일부를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도 나눠 줄 생각이라고 밝혀 잔잔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2년전에는 역시 30대의 재미교포 김종훈(金鍾勳)씨가 창업한 유리 시스템스가 세계적인 통신장비회사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사에 10억달러(1조2,000억원)에 팔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바 있다. 지난해에는 음성사서함과 지능망 관련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 로커스사(대표 김형순·金亨淳)가 영국계 금융회사인 플레밍 그룹에 지분 34%를 매각했다.
매각 대금만도 1,600만달러(192억원)에 달한다. 지난 90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현재 600억원이 넘는다. 한국인의 창조성·우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가오는 새천년, 새로운 세기는 기술혁명의 시대다. 그 주축은 정보통신이 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벤처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치 않으면서도 부가가치가 높고 개발분야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벤처야 말로 한국 실정에 가장 알맞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수한 두뇌, 높은 교육수준이라는 뒷받침이 있다. 정부도 벤처기업을 중점 투자, 육성키로 했지만 자금이나 세제지원 등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마침 정부는 국립대 교수의 벤처기업 사장을 허용했다. 종전까지 국립대 교수는 기업체 대표가 될 수 없었으나 「벤처기업 창업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지난 5월 발효되면서 서울대 자연대 최진호(崔珍鎬)교수가 교수 겸직 벤처기업 사장 1호를 기록하게 됐다.
산학 협동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미국 서부의 스탠퍼드대 근처에 실리콘 밸리가 들어선 것은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다. 벤처 기업가들의 연이은 성공사례는 요즘의 세태에 시원한 청량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