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가뭄… 식탁 물가 들썩

양파 57% 폭등…품질도 떨어져
마늘·바지락 등 출하량 급격 감소
조만간 장마…가격 더 불안 우려

10년만의 찾아온 가뭄으로 양파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식탁 물가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양파 수확량 감소와 상품 질 저하로 당분간 시장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조만간 장마가 찾아오면 그에 따른 농작물 피해 우려까지 더해져 올 여름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 도매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지난해 6월 741원이던 양파 1kg(특품 기준)은 현재 1,164원으로 57.1% 폭등했다. 소매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2,480원이던 양파 8개망(약 1.7kg) 가격은 현재 3,980원으로 60% 가량 치솟고 있다.

가격은 올랐지만 양파의 품질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양파의 본격 출하 시기는 4~6월인데 5월부터 가뭄이 지속돼 작황 및 품질이 나빠진 탓이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가뭄 날씨가 이어지면서 양파에 수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면서 "굵기가 굵은 양질의 양파 출하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소비자는 작년보다 비싼 값에 질은 더 떨어지는 양파를 먹게 됐다는 얘기다.

유통업계는 가뭄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더라도 양파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폭락으로 올해 재배 면적이 감소한데다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 노균병과 잎마름병등 병충해가 돌면서 양파 공급이 줄어 1년 내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마늘 역시 가뭄으로 인해 상품 질이 크게 저하됐다.

마늘은 뿌리에 정상적으로 물이 공급돼야 하는데 가뭄의 영향으로 5cm 이상 굵기의 마늘 출하량이 10%이상 줄어들고 있다.

다만 가격은 가락시장 도매 평균 가격으로 마늘 한접(특품 기준)에 2만4,700원에 거래돼 지난해보다 19.1% 가량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시세가 높게 형성되면서 농가에서 마늘 재배를 크게 늘려 공급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른 하늘이 수산물인 바지락 가격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가뭄에 바지락이 주로 자라는 갯벌이 마르면서 출하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주요 산지인 태안 지역의 갯벌에 물이 마르면서 바지락이 집단 폐사해 출하 물량이 감소, 산지 가격은 20kg 기준으로 전년대비 30~40% 오른 7~8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달 하순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 배추 등 농산물 값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GS수퍼마켓의 한 관계자는 "가뭄에 이어 장마 피해까지 덮칠 경우 농산물 물가가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농산물 수급 조절을 통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밭작물은 충남, 전북 등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 시들음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양파, 마늘 등 작황부진이 우려되고 고랭지 배추는 7월 이후 가격상승이 걱정된다"고 우려하면서 "6월 하순 이후 수확기까지 기상 상황, 농수산물 생육과 수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수급안정 방안 등 관련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올 5월 강수량이 평년의 36%대에 그쳤으며 6월 하순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충분한 양의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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