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7] ⑤ 정부혁신과 재정 효율화 <국내>

"방만한 위원회 정리…정부 슬림화를"
참여정부 공무원 9만여명 늘렸지만 효율성은 후퇴
재정지출 급증 감안 연금 개혁·대형사업 조정 시급


지난 20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국무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사봉을 두드려 공무원 582명을 늘리는 정부직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임기말 참여정부가 8주 연속 공무원 증원안을 의결한 순간이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 사이에는 “이번 정부 들어 매일 56명씩 공무원을 늘려온 꼴”이라며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공무원 증원은 필연적으로 큰 정부→규제 양산→재정적자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심화시킨다. 규제가 양산되면 민간부문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공무원 증원은 정부조직 슬림화를 통해 공공부문을 개혁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국은 공무원의 대폭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우정성 민영화와 공무원 신규채용 감축 등 공공부문 개혁에 나선 상태다. ▦큰 정부 5년= 사회복지를 강조한 참여정부는 지난 5년간 ‘작은 정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5년간 560여 차례의 조직개편을 통해 증원된 공무원은 9만6,512명에 달한다. 올들어 늘어난 공무원만 1만3,412명. 늘어난 공무원 숫자에 비례해 공무원 인건비는 해마다 평균 7%씩 늘어 5년 새 6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단지 공무원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각종 위원회 등을 남발, 사실상 정부 상위조직이 팽창하는 결과는 낳았다. 김대중 정부 말 364개였던 위원회는 지난 6월말 현재 416개로 늘어나 ‘위원회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위원회를 여럿 만들어 상위직을 크게 늘렸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정부부처 내에 본부를 만드는 조직개편 결과 상층 관료조직이 비대해져 버렸다. 이 때문에 지난 5년간 행정부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자리는 248명이나 증가했다. 하연섭 연세대 교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우선 방만한 위원회를 정리해야 한다”며 “거의 모든 부처가 차관이나 차관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본부제도를 만들어 지나치게 조직이 늘어났는데 정부 조직을 대폭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규모, 국민부담률, 공무원 1인당 인구수 등 지표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큰 정부라는 평가는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29일 권오규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이 명동 은행회관에 열린 ‘외환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10년’ 세미나에 참석, “공무원 1인당 인구수를 보면 한국 36.0(06년)명으로 일본 28.7(03년), 미국 14.2(00년), 영국 12.7(05년)에 비해 많다”며 “참여정부에서 증원된 공무원의 84%는 교육, 치안, 복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분야의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공무원 증원이 복지부문의 노동집약적 서비스 분야에 집중됐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 등 상층 조직이 확대되고 공무원 수가 증가한 만큼 정부의 행정서비스가 향상됐느냐, 즉 효율성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IMD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정부행정효율 부문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전체 평가대상국 55개국 가운데 31위로 참여정부 이전인 2002년의 26위(49개국 중 26위)에서 되레 후퇴했다. 감사원도 2003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3년여 동안 정부 부문에서 모두 39조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참여정부는 정부조직 혁신 등 공공부문 효율화 노력을 거의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공기업의 빚이 2006년 말 현재 295조8,000억원으로 5년 새 101조원(52%)이나 늘어났지만 공기업 개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부처 수가 청소년위원회까지 합쳐 6개나 된다”며 “지나치게 기능이 중복된 조직은 과감하게 통폐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재정효율화 시급= 연금개혁 등 재정효율화 역시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문형표 KDI 연구위원은 “지금 소득수준이나 고령화 현상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재정지출 규모는 갈수록 급증하게 돼 있다”며 “차기 정부는 공무원, 군인연금 개혁을 포함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년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보전해 줘야 할 돈은 2조원 가량. 2010년에는 3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무원 연금의 경우 2003년부터 547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는데 올해에는 9,725억원으로 불어나 불과 5년 사이에 정부재정 지원액이 무려 17.8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를 억제하지 않을 경우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연금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가 벌여놓은 대형 국책사업 때문에 정부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10월 현재 참여정부가 벌여 놓은 16개 대형국책사업의 예상 소요재원은 2,160조원에 달한다. 이중 재정으로 충당되어야 할 금액은 1,978조원으로 전체 소유재원의 91.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업의 평균소요 기간이 10.9년이어서 차기 정부는 물론 차차기 정부까지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0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과제’란 보고서를 내고 우리 정부가 늘어나는 재정지출, 부진한 세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2023년에는 통합재정수지마저 적자로 전환돼 205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3%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소는 “재정지출의 확대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통합재정수지는 1997년 이후 거의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며 “앞으로 잠재적 재정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개혁이 시급하며 재정지출의 팽창을 억제할 수 있도록 정부기능을 시장 친화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여정부가 잦은 세제개편으로 혼란을 낳은 조세 부문도 원칙에 맞게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참여정부는 세제를 너무 자주 바꿔 일관성을 잃었고 결과적으로 근로소득자나 서민의 부담을 늘렸다”며 “부동산세제의 경우 시장왜곡을 초래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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