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현장 떠나 매일 새벽 詩썼죠"

이수호 前 민주노총위원장 시집 '나의 배후는 너다' 출간


‘오늘같이/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때가 있다/가다가 낯선 주막에서 막걸리나 왕창 마시고 싶은/그런 때가 있다/그럴 때 떠오르는 얼굴 있다/왜 어디로 가는가 묻지 않고/막걸리잔 말 없이 채워주는/그런 사람 있다/나도 누구에겐가/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그런 사람’ 전문) 지난해 10월 노조 고위 간부의 비리에 책임을 지고 노동계를 떠나 학교로 돌아갔던 이수호(사진)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시집 ‘나의 배후는 너다’를 들고 돌아왔다. 8일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7개월 만에 만난 그. 까까머리는 여전했지만 긴장감에 날이 서 있던 눈빛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운동 현장에서 떠나게 된 뒤 매일 새벽 시를 쓰고 이전에 썼던 글들을 손질했다”는 이씨의 시 상당수는 농성장과 거친 구호로 덮인 노조 사무실에서 탄생했다. 지난 2001년 6월 전교조 위원장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20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응축된 마음을 짧은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식농성 열흘째 되던 날 쓴 ‘농성’이라는 시는 ‘그대/먼 산사에서 꿈쩍도 않고/나는 오늘도/초라한 내 마음의 성 안에/혼자 갇혀 있네’라며 농성장에 홀로 남은 그의 단상을 엿보게 한다. 오랜만에 돌아간 학교생활을 묻자 “시설과 장비들은 최신 첨단제품으로 바뀌었지만 학생들과 교사들의 패기와 열정은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고 평했다. 사회 양극화가 그대로 학교 현장에 반영돼 학생들의 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도 가슴 아파했다. 이라크 파병에 반대해 깎은 머리는 아르빌에서 마지막 장병이 돌아올 때까지 기르지 않겠다는 이수호 전 위원장. 그는 ‘교문을 들어서며/아이들에게 오늘 하루/염치없는 교사는 되지 말아야지/한다’며 노동운동가 출신 교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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