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5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16개월만에 800선을 넘어섰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9.45포인트(1.19%) 오른 805.51포인트로 마감, 지난해 6월18일(809.40포인트)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0.23포인트(0.50%) 떨어진 46.00포인트로 마감했다. *관련기사 3ㆍ19ㆍ20ㆍ21면
증권가에서는 종합주가지수 800선 돌파에 따라 대세상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번 상승랠리가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외국인만의 독주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빛바랜 잔치`라는 평가와 함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객장 분위기가 썰렁한 것은 외국인들만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올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량주를 중심으로 모두 11조3,776억원 어치를 사들였으며 지난 3월이후 지금까지 평가차익이 45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투자자들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매도에 나서며 시장에 등을 돌렸다. 올들어 개인은 5조7,491억원, 기관은 7조2,73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모두 13조원이 넘는 주식을 처분하고 시장을 떠났다. 지수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팔자에 급급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결국 별 재미를 보지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급기반이 약한 시장의 구조가 더욱 취약해졌으며 이들이 발을 뺄 경우 증시는 물론 금융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것이라는 것이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외국인이 국내경기를 좋게 보고 있어 당장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이미 막대한 차익을 챙긴 외국인이 어떤 변수에 의해 매도로 돌아서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우량주와 특정종목에 대한 집중 매수전략을 보이면서 지수가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장왜곡 현상과 우량주 품귀현상도 문제다.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넘어섰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670선에 불과하다. 또 국내간판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50%를 훌쩍 넘어선 가운데 앞으로도 계속 매수할 경우 주식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 위협도 만만치 않은 문제로 꼽힌다. SK㈜ 지분 14.99%를 매입한 소버린자산운용은 경영에 직간접으로 간여하며 국내 대주주와 각을 세우고 있다. 정몽헌회장 사망이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8.40%를 매집한 GMO펀드도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권 위협 세력이 될 수 있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