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한국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며 또한 양국간 경제적 보완관계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판강(樊綱) 국민경제연구소장은 “지난 92년 수교이후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큰 이익을 주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각자의 장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 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중국의 경제 전망과 최근 국제간 현안인 위앤화 문제, 그리고 한-중간 경제협력 방향 등에 관해 들어봤다.
-중국은 그 동안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성장 비결은 무엇인지요.
▲우선 국민 모두가 부유해지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잘 살아 보겠다”는 국민들의 잠재된 욕망은 정치혼란기, 문화대혁명, 개혁과 개방을 거치면서 모두 표출해 냈고, 이것이 성장의 근인(根因)이 된 것입니다. 정부가 앞장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총체적인 개혁 개방계획을 마련, 시기에 부합하는 경제정책을 채택한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외자도입, 수출확대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개혁 개방정책이 중국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올해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와 향후 전망을 해주시지요.
▲사스가 중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장률을 그다지 낮추지는 못할 것입니다. 물론 사스 기간동안 새로운 투자나 협상이 없었고, 투자 비준이 정지된 것은 앞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런 영향은 앞으로 몇 개월안에 다 드러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사이클상 급성장기에 있는데다 투자도 과열상태에 있기 때문에 사스로 인한 악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봅니다. 올해도 8~9%의 성장은 가능할 것입니다. 만약 사스가 없었다면 10%이상의 성장을 했을 겁니다. 이런 고속성장 추세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투자증가 등을 감안할 경우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양적성장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고부가 첨단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중국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첨단산업으로의 급속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첨단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장래 자본의 증가, 기술 진보, 교육수준 향상 등의 선결조건이 필요한데 중국은 아직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첨단산업으로의 이전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하나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도기적인 상태에서 중국의 비교우위는 아직도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 있습니다. 수출의 증가와 경제발전의 원동력도 주로 이 부문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중국이 안고있는 산업구조 개편 과제는 산업구조를 향상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요인을 감안할 경우 중국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노동집약형 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구사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취업을 고대하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될 것이지요. 중국이 당장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취업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지금 몹시 위험하다”고 말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위협이 사회 불안입니다. 지역격차,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 빈부격차 등이 그 것이지요. 그 가운데 몇 억명이나 되는 농민들의 취업문제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산업구조에 대해 고려할 때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해야 합니다. 첨단산업도, 자본 밀집형 문제도 모두 이러한 것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중국 신정부가 개혁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은 무엇인지요.
▲중국이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한가지 근거는 바로 중국 정부가 위 아래 모두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가운데 중국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국유산업의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입니다. 국유재산의 개혁을 가속화하면 금융체제 개혁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사회보장체제 개혁 등 많은 부문에서의 개혁작업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 정부의 리더 모두가 개혁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 온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들이 더 많은 일을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역사적 부담을 덜 느끼는 세대라서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실질적 해결 방법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중국의 변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중국이 더 많은 개혁을 하고, 진일보 발전하게 되면 한국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중국이 발전을 하게 되면 양국의 교역량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될 거구요. 최근 몇 년 간의 양국의 교역발전이 이 점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전형적인 선진국과 개도국의 관계라 배울 점이 그리 많지 않지만 한국은 최근 몇십년내에 급속히 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보완되는 점이 많고 배울 점도 많습니다. 배울 것이 많으면 시키지 않아도 자연히 의존할 수 밖에 없지요. 그동안 한국과의 관계에서 마찰이 적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분야에 각각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상호보완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92년 수교이후 정치는 물론 경제, 문화적으로 포괄적인 협력을 이뤄냈습니다. 그동안의 경제협력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중국과 한국은 수교 이래 마찰은 비교적 적었고, 상호 이익은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과 중국은 상호보완적 위치에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쟁관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양국의 발전에 모두 상승작용을 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충돌할 문제점이 그다지 없다는 점은 양국의 경제협력에 매우 좋은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양국 모두가 정상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더욱 노력한다면 앞으로도 오랜 기간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위협과 기회의 공존 속에 양국은 불가피하게 한 차원 높은 통상 및 산업협력체제의 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양국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요.
▲당장 해결이 급한 현안은 많지 없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마찰만 없다면 별다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상호보완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냉전종식과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동북아시아는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지역으로 도약할 역사적인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북아시아 시대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과 중국, 일본의 소득격차가 큰데다 경제성장단계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3국은 이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의 경제성장을 일본 외에도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함께 견인해 나가자는 구상만 놓고 생각해 보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동북아 구상은 전망이 매우 밝습니다. 이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에 있는 국가들간의 무역과 투자가 더욱 활성화돼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동북아시아 지역에 더 많이 투자해 더 나은 분배를 얻는다면 이 지역에 속한 모든 국가가 많은 이익을 얻고 각자가 성장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동북아시아 구상이 구체화될 경우 한국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요.
▲만약 이 구상이 실현되면 한국은 매우 독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일본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이 중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고 여러 분야에서 견제를 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시는 지요.
▲미국, 일본 등이 중국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엇보다 대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한다면 그것은 세계 자원분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선 매우 자연스러운 염려지요. 따라서 중국은 선진국들의 기술장벽, 환경장벽, 표준화장벽 등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WTO 가입은 선진국들이 예전에 이 같은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배울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잘못된 오해를 풀어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
-위앤화 평가절상 요구도 미국과 일본의 견제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위앤화 평가절상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그리고 평가절상을 한다면 언제쯤 할 것으로 생각하시는 지요
▲페그제(고정환율제)와 관련된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대답하기가 곤란하군요. 다만 위앤화가 지난 5년간 실질적으로는 이미 15% 정도 절상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외부에서 평가절상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판강은 누구
중국경제체제개혁연구소 부회장, 중국개혁연구기금 비서장 등 고위직을 두루 거친 올 50세의 중국내 대표적 소장 경제학자. 지금은 국민경제연구소 소장과 베이징대학ㆍ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과 교수 겸임하며 중국의 개혁개방에 관한 정책자문 및 방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유제거시경제이론 ▲현대 3대 경제이론체제의 비교와 종합 ▲시장메커니즘과 경제효율 ▲중국의 점진적 개혁의 정치경제학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경제문론 ▲판강집 ▲위험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세계 ▲발전의 이치 ▲회색시장이론 ▲개혁과정을 논함 ▲개혁의 동태이론 등 거의 100편에 달한다.
<대담=고진갑 베이징특파원 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