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AB은 장약이 고성능 폭탄을 터뜨리면서 폭발성 연료를 점화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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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는 현존 최강의 슈퍼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이 폭탄 1발이면 반경 300m가 초토화된다. 또한 3,000℃에 달하는 화염 폭풍이 방공호나 지하벙커까지 파괴한다.
지난 2003년 미국의 공중폭발대형폭탄(MOAB) 개발에 이어 두 번째 핵무기급 슈퍼폭탄이 탄생한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사용에 제약이 심한 핵무기를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슈퍼폭탄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슈퍼폭탄의 등장
초강력 폭탄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아니면 중성자탄 등으로 대변되는 핵무기를 떠올린다. 사실이다. 파괴력이나 살상력 측면에서 보면 가장 무서운 폭탄은 단연 핵무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는 이처럼 막강한 파괴력 때문에 실전에서의 효용성은 높지 않다. 고도의 제조기술과 함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방사능 피폭, 낙진 등에 의한 부작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적국이 핵보유국일 경우 핵 반격을 받아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지금껏 핵무기는 전쟁 억제력 유지, 혹은 모든 수단이 통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최후 병기였을 뿐 실제 사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모순적 상황을 틈타 각국이 수뇌부용 지휘 벙커, 핵전쟁 대비용 방공호 등 핵무기가 아니고서는 파괴할 수 없는 군사용 건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 같은 타깃을 공격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핵무기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비핵(非核)폭탄, 즉 슈퍼폭탄인 것이다.
세계 최초의 슈퍼폭탄은 미국이 지난 2003년 개발한 GBU-43/B 공중폭발대형폭탄(MOAB). MOAB은 TNT나 C-4보다 강력한 RDX 폭약을 사용, 중량은 9.5톤에 불과하지만 TNT 11톤이 터졌을 때와 동일한 폭발력을 낸다. 폭발 반경은 150m.
MOAB은 개발이 완료된 그해 이라크 전쟁에서 위용을 떨치면서 최강의 비핵 폭탄이라는 찬사와 함께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라는 별칭을 얻었다.
■ MOAB vs FOAB
그러던 중 지난 가을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놀라운 소식 하나가 러시아로부터 날아들었다. 러시아가 MOAB보다 더 강력한 슈퍼폭탄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
러시아 국영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무게 9톤의 이 폭탄은 고성능 폭약과 함께 폭발성 연료를 탑재하고 있으며, TU-160 전폭기에서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린 후 공중에서 폭발시키게 돼 있다. 일종의 기화폭탄인 것이다.
폭발성 연료는 보통 가솔린․메탄 등이 쓰이는데, 이를 에어로졸 형태로 짙게 뿜은 다음 고성능 폭약을 터뜨려 격발시킴으로서 파괴력을 얻는 방식이다.
실험영상을 보면 외관은 마치 달착륙선처럼 귀엽게(?) 생겼지만 폭발 반경이 MOAB의 2배인 300m에 달한다. 원의 면적은 반경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MOAB보다 이론상 4배나 강력한 TNT 44톤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살상력만 놓고 보면 미국이 1950년대에 개발했던 초소형 전술핵폭탄 M-388 데이비 크로켓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러시아에서 이 폭탄을 '모든 폭탄의 아버지(FOAB: Father Of All Bombs)'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FOAB은 특히 폭발할 때 2,500~3,000℃의 화염 폭풍과 시속 1만700km의 충격파를 발생시켜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킨다. 또한 화염 폭풍은 총안구나 문틈 같은 좁은 곳으로도 쉽게 들어가기 때문에 벙커에 숨어있는 적들도 섬멸할 수 있다. 이쯤 되면 FOAB을 핵 없는 핵무기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기술적 문제와 의문들
물론 MAOB, FOAB과 같은 슈퍼폭탄도 천하무적은 아니다. 기화폭탄의 경우 폭탄 내부의 연료와 대기 중의 공기가 최적 비율로 혼합돼야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 농도를 인위적으로 맞추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야 가능하다.
바람 등 제어가 불가능한 자연적 변수도 문제다. 바람이 거세면 연료가 흩어져 폭발 효과가 반감되며, 최악의 경우 폭발이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나노공학을 활용,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방국가들이 아직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향후 슈퍼폭탄의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관련기술도 더욱 고도화, 정밀화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실제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의 폭파공학자인 제롬 스토플레스 박사는 "기화폭탄 형태의 슈퍼폭탄은 핵무기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을 취한 특수무기"라며 "사용에 제약이 심한 핵무기를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슈퍼폭탄은 화학탄이나 생물학탄, 핵폭탄이 아닌 재래식 폭탄인 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 생물무기금지협약(BWC), 화학무기금지조약(CWC) 등 각종 국제조약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나 개발과 보유가 자유롭다는 메리트도 있다. 군사강대국들의 입장에선 포스트 냉전시대의 최강 무기로서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슈퍼폭탄의 등장에 따라 냉전시대 핵무장에 이은 제2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지 않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FOAB의 폭발 메커니즘
[1] 항공기에 슈퍼폭탄을 싣고 목표 지점으로 날아간다.
[2] 낙하산에 매단 슈퍼폭탄을 투하한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신관(信管)이 폭탄의 하강고도를 체크, 사전에 설정된 고도에서 폭발시킨다.
[3] 고성능 폭약이 터지면서 폭발성 연료를 점화,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다.
[4] 폭발력의 확산으로 건물이 붕괴된다. 화염 폭풍은 벙커도 관통한다.
[5] 폭발이 확산되면서 격렬한 제트 화염이 아직 연소되지 않은 폭발성 연료를 2차로 점화시킨다.
[6] 2차 폭발에 의해 추가로 가열된 화염이 시속 1만700km의 충격파를 발생시켜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1차 폭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이로 인해 시각과 청각을 잃을 수 있으며 내장기관 파열 등의 중상을 입게 된다.
[7] 충격파로 인해 진공 상태가 만들어지면서 주변의 공기와 파편을 빨아들여 버섯구름을 형성한다. 이 모든 과정이 수 초 만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