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허블 망원경이 `별들의 고향'을 포착한 사진이 `타임'지에 실린적이 있다. 그것은 우주에서 파괴된 미세물질들이 응축하여 대폭발을 일으키는 장면을 담은 것인데 블랙홀 속의 동일 공간에서 탄생하는 여러 새끼별들의 모습은 수태중인 아이의 모습을 닮아 묘한 감홍을 불러일으켰다. 그 탄생지점은 인간과 사회의 회귀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한편 자본주의 경제가 그 내부에 많은 모순점들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줄곧 `성공적으로' 발전해올 수 있었던 까닭은 그 경제구조 자체가 외부에서 주어지는 곤란들을 흡수해낼 만한 포용력을 갖고 있끼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것을 경제학의 공황이론에서는 신생자본(또는 중소기업)의 생성력으로 파악하는데 이 힘이 작용하는 사회적 공간은 자본의 `고향'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맨땅에서 일권낸 우리 고도성장의 `신화'를 이렇게 풀이한다. 국가로부터 장기저리 자금을 융자받은 채무기업들은 국가의 보증과 각종 조세혜택 아래서 급성장했고 부채부담은 급성 인플레에 의해 제거되었다. 세계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은 환율인상에 의해 보증될 수 있었다.
이리하여 단시간 내에 대기업 위주의 고도성장이 달성되었다. 인플레의 공간 속에서 고도성장이 수행된 셈이다.
그러나 근래들어 TV나 신문지상에는 갓 낳자마자 길바닥에 쭈그려 앉아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은 우리 경제의 비정한 밑바닥을 여지없이 파헤쳐 보여준다. 그들의 일신상에는 고도성장을 가져온 어두웠던 경제사의 상처가 아로새겨져 있고 그들의 눈물에는 진한 역사의 냄새가 배어 있다.
역사의 향기는 땅밑에 엉켜 있는 사연들이 복잡하면 할수록, 또 그 성격이 비극적일수록 더욱 진한 법이다. 지금 우리경제도 그런 냄새를 풍기고 있다면 그것은 어떤 회귀본능 때문일까. 인플레의 공과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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