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무협 '공항터미널 매각' 갈등

도심 공항터미널 매각을 놓고 한국무역협회와 금호그룹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18일 금호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무역협회가 한무쇼핑 등 4개사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해놓고도 입찰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유찰을 선언하는 등 지분유지에 급급해 하고 있다"며 "금호그룹은 무협이 자사지분(37.6%)의 매입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 다시 법적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측은 지난해 4월에도 무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으나 지난 2월 경영권을 포함한 터미널 지분 100% 일괄 매각에 합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금호의 다른 한 관계자는 "어차피 팔아야 할 지분을 이런저런한 이유로 자꾸 지연시키는 것은 팔 뜻이 없는 것 아니냐"며 "무협의 경영진보다는 실무진에서 특히 팔 뜻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는 공항터미널의 지분을 유지하려는 이유가 임원급 기준 3명 정도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협은 구조조정에 몰린 금호그룹이 자체 보유지분을 스스로 매각하지 않고 무협을 끌어들이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이 크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금호가 일괄 매각을 제의한 것은 조금이라도 지분을 비싸게 팔아 유동성을 더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 주주입장에서 가격이 맞지 않으면 재입찰에 부치는 등 매각시기를 다소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80년대 말 현대ㆍLG와 함께 현대백화점ㆍ인터콘티넨탈을 개발했으나 수년 전 양측의 주식 스와프거래로 경영권이 이들 회사로 넘어간 상태"라며 "금호와 공동출자한 도심 공항터미널도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면 충분한 가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호와 무협의 기본적인 인식이 달라 앞으로 도심공항터미널 처리를 놓고 양측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도심공항터미널은 88년 자본금 285억원(무역협회 62.4%, 아시아나항공 36.7%, 금호종금 0.9%)으로 설립됐으며 최근 도심공항 이용자수의 증가에 따라 지난해 400억원 매출에 1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94년 이후 흑자로 전환됐다. 강동호기자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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