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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우주의 공기와 따뜻한 인간 감성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어디인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0일 중국 상하이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투어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새 영화 ‘인터스텔라’의 서사와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우주의 이야기는 의도적이었다”고 말문을 연 놀란 감독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우주로 나가면 이 확실한 죽음에 대한 이슈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는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 서로 간의 관계나 사랑과 같은 감성적 이슈도 더욱 중대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전 세계가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조종사 쿠퍼가 인류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다른 은하계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웜홀과 블랙홀, 다른 은하계라는 미지의 우주를 그려내기에 ‘일반 상대성 이론’이나 ‘중력 렌즈 효과’와 같은 복잡한 물리학 이론들도 많이 등장한다. 영화의 이야기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 놀란 감독은 “천체 물리학자인 킵손이 제작자로 참여해 모든 과학이론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다 검증했다. 현재까지는 확실하게 증명된 사실만을 영화 속에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복잡한 이론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이 이론을 모른다고 해서 영화에 빠져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대를 느끼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영화는 국내 개봉 5일 만인 이날 210만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결과에 대해 놀란 감독은 “너무 고맙고 좋다. 전율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영화가 너무 환상적이니깐(Because it‘s fantastic)”이라며 잠시 유쾌한 모습을 보였지만, 곧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건 과학적 검증 같은 것이 잘 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금세 차분한 모습을 찾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터스텔라의 주연 배우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 영화 제작자이자 놀란 감독의 아내인 엠마 토마스도 함께 했다. 두 배우는 모두 이번 영화 작업이 매우 뜻깊었다며 놀란 감독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의 주인공인 쿠퍼 역할을 맡은 매튜 맥커너히는 “감독은 영화에 푹 빠져있는 것은 물론 문제 해결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라며 “거대한 규모의 세트장에서 5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촬영을 했는데 단 한 번도 큰 문제가 터지지 않고 항상 물 흐르듯 촬영이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놀란 감독의 전작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을 함께한 배우 앤 해세웨이 역시 “감독의 제안에 내용도 모르면서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답했다”며 “감독은 굉장히 유니크하고 스마트한 것은 물론 배우들이 조언을 필요로 할 때도 도움을 잘 준다”고 했다.
제작자와 감독이면서 부부인 놀란 감독과 엠마의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도 많았다. 엠마는 “일과 가정을 분리할 수는 없기에 영화 제작 기간 중에는 집에서도 매일 같이 영화에 대해서만 말하는 등 매우 긴장감 넘치고 강렬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영화제작을 안 할 때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는 네 명의 아이를 돌보는데 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해서 좋은 점은 영화 촬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