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체제 개편안의 핵심인 '정책금융공사ㆍ산업은행 재통합'을 두고 당정 간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선박ㆍ해양플랜트 업계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정금공 존치 및 부산 이전'이라는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의 핵심요구에는 난색을 표해 결론을 내기까지 진통이 예고됐다.
정금공 부산 이전 태스크포스(TF)팀을 주축으로 한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과 금융위는 이날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정책금융 개편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서병수ㆍ유기준ㆍ김정훈ㆍ박민식ㆍ이진복 등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이 전원 출석해 강하게 정부를 압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출범이 사실상 어렵게 된 만큼 대안으로 정금공을 부산으로 옮겨달라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박 의원은 "선금공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우려가 있다고 설립이 어렵다는데 이미 만들어진 정금공을 이전하는 데는 반대 논리가 없다"며 "새로 재원을 조달할 필요도 없고 업무도 신속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징했다.
금융위는 ▦산은과 정금공을 다시 합친 '통합산은 출범'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 등 지난 8월 발표한 금융체제개편안의 뼈대인 만큼 사실상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날 선박ㆍ해양산업에 대한 새로운 지원책 몇 가지를 제시하며 '국회 달래기'에 나섰지만 알맹이는 기존 대책의 재탕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위에서 나름의 대안을 가져왔지만 우리의 요구사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정은 이날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청와대 및 타 부처와 협의해 종합대책을 만드는 데만 합의했다. 다만 언제까지 대책을 마련할지 시일도 정해지지 않아 결국 정책금융 개편을 놓고 시간만 끄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선박금융과 해양플랜트 지원에 대한 센터를 만들기로 했지만 부산 의원과 시민단체들로부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여러 의견을 수렴해 건설적인 방안이 있으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