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와 내수부진이 문제기는 하지만 경기가 조금씩 꿈틀대는 징후는 분명하다. 부진한 내수를 수출이 탄탄히 받치고 있고, 그에 따라 공장가동률이 오랜만에 80%수준을 넘었다. 연말 해외특수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상수지가 이번 달에 1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추계는 안에서 벌든, 밖에서 벌어오든 우리경제가 확대재생산의 사이클을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심리만 조금 살아난다면 우리 경제는 해외경제의 순항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행지수 3개월, 선행지수 5개월째 증가세=시그널은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6월개월 뒤의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가 확인해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마이너스였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에 1.0포인트의 증가로 반전한 후 10월까지 3개월째 상승했다. 신승우 통계청 과장은 “이수치가 6개월이상 증가하면 통상 `상승국면 전환`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5개월째 상승하고 있는 선행지수도 마찬가지다.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9개항목 가운데 건축허가면적(-15.5%)과 총유동성(-0.1%)만이 마이너스일뿐 7개 항목은 모두 증가했다. 특히 기업경기실사지수, 설비투자추계지수, 자본재수입액 항목 등 기업의 심리와 투자와 관련된 지표들이 호조세다.
◇원동력은 수출=경기 선순환의 원동력은 역시 수출이다. 지난달 191억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이 10월에도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등 비중이 큰 산업의 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실물경기 지표를 변화시키고 있다. 반도체생산 증가율은 작년 10월에 비해 무려 38.5%에 달했고, 자동차도 내수부진을 상회하는 수출 호조 덕분에 13.1%, 휴대전화가 포함된 영상ㆍ음향ㆍ통신기기 분야도 13.7%가 늘었다.
제품출하기준으로도 내수용 출하는 0.7%밖에 늘지 않았으나 수출출하량 증가율은 17.8%로 수출이 경제회복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이는 9월 수출증가율 14.4%보다도 높은 것이다. 이 같은 수출 활황에 힘입어 우리나라 전체 공장의 평균가동률도 경기활황 시점에서나 볼 수 있는 80%선을 넘어 81.1%를 나타냈다.
◇소비 감소폭도 축소=내수는 도소매판매지수가 작년 10월에 비해 1.7%가 줄어 침체는 여전하다. 특히 백화점판매액이 9월(-14%)에 이어 15%나 줄어든 것도 수출 활황 효과가 아직은 소비심리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2.6%가 줄어든 8월이나 2.9%가 줄어든 9월에 비해 낙폭이 축소됐고, 9월에 비해서도 1.5%가 증가한 것은 미약하나마 청신호로 해석된다.
설비투자도 3.8% 감소해 증가율이 4개월째 마이너스지만 이는 지난해 10월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 따른 기술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측면이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총액지표 자체는 119.7(기준 95년=100)로 전월의 116.4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재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완전히 돌아섰다는 결론은 성급하지만 최소한 추가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케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