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14일] 空約 조심하세요

"공약은 강을 건너기 위한 뗏목이죠. 다 건너면 버릴…."(한나라당 관계자) 선거철이다. 한나라당은 매주 서민 살리기 공약을 내놓는다. 공짜로 급식하고 길러주며 교통비 소득공제까지 해주겠단다. 기획재정부는 나라 곳간을 걱정하면서도 여당이 하자니 끌려가는 시늉을 한다. 유권자들은 추진력을 쥔 여당의 공약에 기대가 높다. 하지만 실제 공약을 준비하는 회의를 들여다보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의의 한 참석자는 지금은 한나라당ㆍ민주당으로 흩어진 의원들이 노태우 정부의 경제부처 실ㆍ국장이던 시절, 5년 임기 동안 공약은 30%도 못 지켰다고 토로했고 참석한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한다. 그는 "공약은 정책과 달라서 당장 시행해야 하는 게 아니다. 절반만 달성해도 잘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한나라당 공약은 실행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부업체 이자율 인하의 경우 당 내부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법 개정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법 개정 후 내년 상반기에 시작할지, 아니면 더 늦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소리다.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인 한나라당이 내놓은 무상보육도 들어가는 돈은 비슷하다. 생활비 다이어트 공약은 대부분 재탕이다. 즉 통신비 20% 인하는 대선 공약이었고 경유자동차 환경부담금 면제는 지난해 9월 부처에서 추진을 발표한 뒤 표류하다 이번에 다시 들고 나왔다. 결국 실행 가능성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발표하는 혐의가 강하다. 공약을 전부 실행하려면 수조원의 돈이 필요하지만 세금을 더 걷겠다거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얘기는 없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열쇠는 유권자가 쥐고 있다. 세금 없이 공짜인 선심공약에 의심을 품어야 한다. "어차피 공약보다는 당 따라, 지역 따라 찍는 게 현실"이라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이 오는 6월2일에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