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금감원 대립 여전

"추가 방어수단 필요 없다"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입장 불변…의견조율 상당시일 걸릴듯

지난 7월 불거졌던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둘러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 당국 사이의 이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제의 개방ㆍ국제화 등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수합병(M&A)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문제에 대한 재경부의 공식입장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하계포럼에서 “일본 기업들이 ‘포이즌 필’ 등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우리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명확히 입장을 정리했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도 이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제회의 축사에서 “적대적 M&A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측면이 있어 적대적 M&A를 통한 견제와 기존 경영진의 방어수단 간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며 방어책 도입이 필요 없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반면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재경부와는 사뭇 다르다.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기업들이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권 부총리의 제주 발언이 있던 날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상법 개정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국내기업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포이즌 필’과 같은 조치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와 금감원 사이의 이견을 극명하게 보여줬던 셈이다. 이후 한달여가 지났지만 양 기관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는 상태이다. 재경부의 한 실무자는 “경영권 방어수단 등을 검토해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실무 차원의 검토였을 뿐”이라며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 없다는 게 재경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재경부와 금감원이 서로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이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여기지 않는 만큼 제도 도입 검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