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개선을 위한 한국거래소의 '예산 다이어트' 여파가 직원들의 해외 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부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대형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가는 출장은 꿈도 못 꾼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임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여행사 간 경쟁입찰을 통해 해외 출장을 위한 항공권을 구매하고 있다. 여행사 간에 가격 경쟁을 붙여 항공권 비용이나 비자 발급대행 등 각종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거래소 총무 담당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정 대행사 한 곳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지만, 거래소 예산이 35%나 줄어들어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됐다"며 "출장을 갈 때 구입하던 항공권의 좌석 등급도 한 단계 낮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거래소는 2014년도 예산을 30% 이상 감축했다. 과다한 직원 복리후생 등으로 지적받은 '방만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거래소 한 고위 관계자는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 보니 직항이 아닌 경유 티켓을 이용할 때도 많다"며 "비자 발급도 늦어지고, 출국 시점 조정도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직급에 따른 좌석 차등체계도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부장들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무 이상 임원급만 이용할 수 있다. 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을 왕복하는 경우에는 이사장도 무조건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 직원들의 다소 불편해진 해외 출장은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준정부기관의 부장급이 해외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했던 과거가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이제라도 뒤늦게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작된 것으로 거래소 임직원들이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