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해외직구족'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으로 배송해주는 '배송대행업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해외직구족은 의류·비타민·화장품과 같은 생필품을 주로 구매해왔는데 많이 구매한 물품 중에는 TV도 있다. 의류나 비타민은 부피가 작아 해외직구의 부담이 낮은 데 반해 TV는 무겁고 부피도 클 뿐 아니라 운송 중 파손될 위험도 있다.
소비자 선택권 박탈에 외화 유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TV를 해외에서 사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60인치 TV의 경우 운송비와 세금을 포함해도 국내 가격의 반값이면 해외직구가 가능하다. 미국 상표의 TV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산 TV를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산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현상에 대해 국내 TV 제조사는 "국내에서 파는 TV는 3D와 스마트 기능이 추가돼 미국에서 파는 TV와 가격차이가 난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국산 스마트폰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비싼 이유에 대해 제조사는 "국내 스마트폰의 경우 DMB 기능이 있고 추가 배터리를 주기 때문에 해외보다 비싸다"고 했었다. 문득 필자가 가지고 있는 TV 리모컨의 버튼을 세어보니 58개나 된다. 그럼에도 필자가 사용하는 버튼은 딱 3개(전원·음량·채널)뿐이다. 일과를 마치고 소파에 누워 TV를 볼 때는 편하게 드라마 한 편 볼 수 있으면 된다. 언제 쓰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복잡한 TV 기능은 휴식을 방해할 뿐이다. 쓸데없는 기능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알아서 찾아주거나, 버튼을 누르면 과자를 내가 누워 있는 소파까지 자동 배달해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욕심을 더 내어 어차피 자동 배달되는 과자라면 한국을 강타한 그 '감자칩'이면 좋겠다. 꿀과 버터로 만든 감자칩은 공급물량이 모자라 일반가게에서는 구경조차 어렵다. 해당 감자칩은 소비자가격보다 비싸게 팔리거나 안 팔리는 과자와 묶음으로 팔기 시작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끼워팔기'를 조사하겠다고 선언까지 하게 만들었다.
해외직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감자칩'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감자칩 끼워팔기가 조사대상이라면 국산 가전제품의 해외직구 문제도 조사해야 한다. 아무리 인기 있는 과자라도 안 팔리는 제품을 끼워파는 게 불법이라면 어쩌다 한번 쓰게 되는 3D 기능이나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기 힘든 스마트 기능, 잘 보지도 않는 DMB 기능을 강제로 끼워파는 것도 불법이다.
감자칩처럼 '기능 끼워팔기' 조사를
국산 제품은 국내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옵션 때문에 비싸진 제품이 있다면 옵션을 뺀 제품도 살 수 있게 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해줘야 한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팔든 외국에서 팔든 상관없겠지만 국산 제품을 국내에서는 싸게 살 수 없어 해외직구를 해야 하는 황당한 현실을 바로잡아야만 한다. 인기 있는 감자칩에 안 팔리는 과자 몇 봉지를 끼워 판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해외직구 문제는 다르다. 국내 소비자는 선택권을 빼앗겼으며 유통마진과 운송비 등으로 외화가 유출되는 것은 물론 국내 유통시장이 위축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요구는 단순하다. 해외직구가 아니라 국산 가전제품을 국내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