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라는 게 날씨가 더우면 가동하는 것이지 날짜 정해놓고 켠다는 게 말이 됩니까.”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난 기획재정부의 한 공무원이 30도 안팎의 초여름 무더위에 일하기 힘들다며 기자에게 건넨 얘기다. 지식경제부에서 만난 다른 공무원 역시 “정말이지 한증막 같은 데서 일하려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과천청사가 더운 이유는 간단하다. 에어컨 시설을 갖춰놓고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에어컨이 가동되면 손쉽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2월 발표된 청사 에너지 절약 추진계획에 따라 냉방 가동온도가 26도에서 28도로 2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지간해서는 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가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에너지 10% 절약을 내세우면서 더욱 깐깐해졌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공무원은 “행안부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냉방 가동온도가 28도라면서 사무실 온도는 섭씨 30도를 넘어도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나 청사의 층수에 따라 온도가 다른 점도 문제다. 보통 1층과 맨 위층의 온도 차가 3~4도는 넘는다. 1층은 시원해도 태양의 복사열을 바로 쬐는 맨 위층은 한증막이다.
과천청사에는 더위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다. 지난해 모 부처 조회시간에 장관이 우수공무원 한명을 지목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고 했다. 장관은 내심 다른 직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겠거니 하고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직원은 “정부 부처가 에너지 절약이라는 정부시책에 발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말 너무 더워 근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장관님, 에어컨 좀 켜 주세요”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세종로청사의 에어컨 가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천청사 공무원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졌다. 과천청사는 에어컨 가동이 감감 무소식인데 행안부가 입주한 세종로청사만 왜 냉방을 시작하느냐는 볼멘소리다. 모 부처 장관실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사무실이 너무 더워 창피할 지경”이라며 “행안부가 청사에 따라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공무원들의 쏟아지는 불만에 과천청사 관리소의 한 담당자는 “과천청사는 냉방 가동온도와 상관없이 오는 6월22일부터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