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부도 VK 향후 어떻게 되나?

국내에 마지막 남은 중견 자가 브랜드 휴대전화 단말기 업체인 VK가 7일 최종부도 처리됨에 따라 앞으로 어떤 행로를 걷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VK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2~3개월 전에 발주한 자재 대금 등의 결재시기가 도래하면서 초래된 극심한 현금유동성의 위기로 부도를 맞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보조금제 시행으로 고가단말기로 소비자들의수요가 몰린 것도 상황을 어렵게 했다. VK의 최종부도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VK 주식을 산 수많은 개인투자자들과 170여 납품업체들, 은행을 비롯한 각종 채권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VK는 조만간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VK로서는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합의가 최선책이 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법원에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쉽지 않아 = 기업은행, 농협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6일 긴급 회의를 열어 VK 처리방안을 협의했다. 채권단은 논란 끝에 VK가 5일자로 만기가 돌아와 이미 1차부도 처리된 어음 17억8천100만원을 7일 오전 9시까지 결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워크아웃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어음의 선결제를 조건으로 한 것은 금융기관의 지원자금을 상거래 자금으로 전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주 채권자의 하나인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공동협약에 일반 상거래 채권이 부도가 나면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VK가 워크아웃을 진심으로 원했다면 상거래 어음을 먼저 결제해 워크아웃 요건을 충족시켰어야 했다"고 밝혔다. 어음 선결제 후 워크아웃 허용이라는 합의가 VK의 어음 결제 실패로 무산됨에 따라 채권단은 기술적으로 해산돼 개별적으로 채권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맞게 됐다. 이와 관련해 최대 채권자인 농협 관계자는 VK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은행들이 다시 채권단을 구성해 기업개선작업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VK도 `향후 계획'이란 자료를 통해 20억~30억원의 긴급자금만 투입되면 회생이 가능하다면서 지상파DMB폰 등 신제품 출시, 비용절감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주장해 채권단과의 협의에 기대를 나타냈다. ◇법정관리 신청 = 업계에서는 VK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법정관리 신청이라고 보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요청한 뒤 받아들여지면 채무를 확정, 동결하고 휴대전화 생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변제해 나가는 길을 가게 된다. 실사 과정에서 존속 가치가 낮은 것으로 판단돼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지만 워크아웃 논의가 어려워진 현 상황에서는 법정관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일단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이철상 사장은 경영권이 박탈되고 법정관리인이 선임돼 회사 운영을 감독하게 된다. 이럴 경우 이 사장이 쌓아 놓았던 인맥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경영 노하우를 상실한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은행 지원이 재개돼 최소한 공중분해는 막을 수가 있다. VK는 700억원에 상당하는 자재 재고가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20억~30억원만 투입되면 바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원은 손쉽게 법정관리 절차 개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시장 퇴출 =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VK는 시장 규정에 따라 3일간 거래가 정지된 뒤 12~21일 7거래일 동안의 정리매매를 거쳐 22일 상장폐지된다. 부도설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 전 VK의 시가총액은 약 400억원으로 개인 투자자 비중이 85%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부도설이 불거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물량을 처분하는 사이 개인 비중이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어림잡아 340억원 정도를 날릴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인 이철상 사장의 지분은 11.40% 이지만 대주거래로 지금은 7.7%로 낮아졌다. VK는 부도를 한 달 정도 남긴 지난달 초 유상증자를 통해 약 118억원을 조달한 부분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에 신고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VK는 매출이 1.4분기 975억원에서 2.4분기 392억원으로 600억 가까이 감소했고 3월말 현재 매입채무 631억원, 미지급금 345억원 등 약 976억원의 상거래 채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VK는 이렇게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올 들어서만 3차례의 전환사채(CB) 발행과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SKT로부터 1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총 41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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