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시대] 발효까지 남은 절차·과제

韓 국회비준, EU는 협정서 23개 언어로 번역 거쳐야

한국과 유럽연합(EU)의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서 자유무역협정(FTA)이 곧바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 FTA도 타결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비준 절차도 밟지 못해 발효까지는 아직 멀었다. 먼저 FTA의 발효를 위해 양측은 가서명과 정식서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협상 타결 선언과 동시에 협상 수석대표나 통상장관이 가서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ㆍEU FTA의 경우 가서명하기 전에 영문으로 된 협정문을 교정하고 검토하는 작업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 가서명이 끝나면 영문본을 해당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정식서명에 이르게 된다. 발효까지 최대 난관 중 하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 한국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으면 정식서명 준비가 끝나지만 EU는 절차가 더 복잡하다. 특히 EU는 23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로 이뤄져 있어 영문본을 이들 국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전체 회원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최장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며 “이 경우 정식서명은 연말께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식서명 시기를 가늠할 변수는 EU가 협정문을 얼마나 빨리 회원국 언어로 번역하는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정식서명을 했다고 해서 협정이 곧바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정식서명 후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심사과정을 거친 뒤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와 국회가 한ㆍEU FTA를 한미 FTA의 비준과 연계할 경우 의회의 비준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EU의 경우 의회비준 절차가 우리보다는 복잡하다. 하지만 발효는 EU가 더 손쉽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은 발효를 위해 반드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지만 EU는 임시발효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 이 제도는 EU 집행위가 EU 의회의 동의나 회원국 비준을 거치지 않고도 협정의 효력 개시를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EU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뒤 정식서명을 한 후에는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다. 의회 비준이 끝나면 협정이행을 위한 필요한 법률 제ㆍ개정 작업을 거친 뒤 양국은 FTA 이행을 위한 국내 절차를 완료했다는 확인서한을 교환한다. 그리고 나서 60일 경과 뒤 FTA는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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