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지션은 항공유가 아닌 차량용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항공모드에서의 연료 소모량은 시간당 18.9리터이며 지상모드의 경우 1리터당 14.9㎞의 연비를 나타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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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통 혁명 종결자 PAV] ② 하늘을 나는 자동차, 꿈을 현실로
이르면 내년 2인승 車 겸용 비행기 첫선美테라퓨지아社 '트랜지션' 28차례 시험비행 성공리 마쳐2주 교육만 마치면 운전 가능최소한의 상용화 기반은 확보… 안전·신뢰성 입증이 당면과제
미국 오시코시=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트랜지션은 항공유가 아닌 차량용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항공모드에서의 연료 소모량은 시간당 18.9리터이며 지상모드의 경우 1리터당 14.9㎞의 연비를 나타낸다.
지난 7월 말 시카고오헤어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에어벤처 오슈코시 2011' 에어쇼 행사장.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 항공기들의 각축장이라는 명성답게 드넓은 행사장 곳곳은 전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온통 북새통을 이뤘다.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관람객들이 운집한 부스에 들어서자 미국 항공전문기업 테라퓨지아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 '트랜지션(Transition)'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내년 공식 시판을 앞둔 트랜지션은 미래 교통수단의 혁명을 불러올 소형 개인용 항공기 'PAV(Personal Air Vehicle)'의 성패를 가늠할 테스트베드로서 일거수일투족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다.
# PAV 성패의 시금석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트랜지션의 상용모델을 출시, 첫 고객에게 인도할 계획입니다."
에어벤처 오슈코시 행사장에서 만난 테라퓨지아의 리처드 거쉬 부사장은 그동안 몇 차례의 출시 연기가 있었지만 내년 상용화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또 "2009년 이래 28회의 비행을 성공리에 마쳤을 만큼 기술적 완성도는 상용화에 수준에 이르렀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트랜지션의 상용화는 단순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2인승 경량 항공기에 도로주행 능력을 부여하는 형태로 설계된 분명한 항공기라는 점에서 트랜지션은 미래 교통시스템 혁명의 주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PAV의 가능성과 기술적∙사회적∙제도적 장벽들을 미리 확인해볼 더없이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거쉬 부사장은 "트랜지션이 PAV의 개념에서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PAV의 일종임에는 틀림없는 만큼 트랜지션의 성공은 PAV 연구 활성화와 기술적 지향점 설정에 직간접적 지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병호 조지아텍 항공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안 교수는 "트랜지션은 공상과학적 단계에 머물던 PAV 연구를 현실 무대로 격상시킨 존재"라고 평가하며 "현 인프라 조건과 법 규정의 제한 요소를 어떻게 타개할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 2주 교육 이수하면 누구나 운전
PAV의 관점에서 트랜지션은 폭 3m의 접이식 날개를 채용, 비행과 도로주행이 모두 가능한 듀얼모드 모델이자 이착륙시 활주로가 필요한 단거리이착륙(STOL) 모델로 분류된다. 사용자는 거주지 인근의 비행장까지 도로로 이동한 뒤 날아올라 목적지 주변의 비행장에 착륙, 다시 도로로 이동하는 식으로 운용하게 된다. 항공모드에서는 최대시속 185㎞, 순항속도 시속 172㎞로 약 740㎞를 비행이 가능하며 지상 모드의 최고 시속은 128㎞다.
또한 고강도 경량 탄소섬유로 동체를 제작, 중량이 1,600㏄급 승용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0㎏에 불과하며 F1 머신 스타일의 복합소재 안전케이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 에어백 등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구비돼 있다. 거쉬 부사장은 "이륙을 위해 518m의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항공유가 아닌 일반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토록 설계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랜지션의 최대 장점은 조종을 위해 장기간의 면허 취득 절차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경량스포츠항공기(LSA)로 분류되면서 운전면허가 있다면 누구나 20시간의 비행훈련을 통해 손쉽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이에 테라퓨지아는 향후 고객들을 위해 2주 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본부장은 "초기의 PAV는 트랜지션과 같은 STOL 모델에 스마트 항법시스템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며 "궁극적 지향점은 전문적 항공기 조종 교육 없이 운전면허 수준의 최소 교육만으로 운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자율성 높은 PAV의 개발"이라고 설명했다.
# 제도적·기술적 걸림돌 넘어야
현재 테라퓨지아는 트랜지션 상용화 이후 매년 100여대를 제작,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판매가격은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인 벤틀리보다도 비싼 28만달러로 책정될 예정이지만 이미 약 100여명의 고객들이 1만달러의 선금을 내고 트랜지션과 조우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트랜지션의 성공적 데뷔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제도적∙기술적 장벽이 남아 있다. 시판를 위해서는 항공기와 자동차 분야 모두에서 정부 당국이 요구하는 규제를 뛰어넘어야만 한다.
긍정적 부분이라면 지난달 미 연방항공청(FAA)의 LAS 최대이륙 중량 면제 특별승인을 받은 것이다. 거쉬 부사장은 "기존 규정상 LSA의 최대이륙 중량은 600㎏으로 제한됐지만 트랜지션은 예외적으로 650㎏을 인정받았다"며 "시제품 충돌실험을 거쳐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으로부터 규격 예외 자동차 운행 허가도 획득했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상용화 기반은 확보된 셈이다. 거쉬 부사장은 이어 "이제는 확고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입증해 실질적인 판매승인을 이끌어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며 "도로주행 항공기라는 새로운 개념의 교통수단에 보험을 들어줄 모험적인 보험사를 찾아내야 하는 것도 당면 과제의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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