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었다 하면 신기록이다. '빙속여제' 이상화(24ㆍ서울시청)의 기세가 무섭다.
이상화가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36을 찍어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1차 레이스에서 36초57의 세계기록을 작성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자신의 기록을 0.21초나 단축했다.
◇한계 뛰어넘는 기록 행진…적수가 없다=이상화는 1월 36초80의 기록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올해만 4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여자 500m에서 4차례 이상 세계기록을 경신한 선수는 이상화까지 4명뿐이다.
더욱 놀라운 건 진화의 페이스와 폭이다. 2012-2013시즌이던 1월 36초80으로 첫 신기록을 세운 이상화는 이번 시즌 36초74, 36초57, 36초36으로 줄여 나갔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 4번의 레이스에서 3차례나 자신의 세계기록을 바꿨다. 이상화 이전 기록이었던 위징(중국ㆍ36초94) 이후 올해 혼자 줄인 시간을 합치면 0.58초나 된다. 2007년 예니 볼프(독일ㆍ37초04)와 위징 기록의 차이가 0.10초였던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소치 동계 올림픽이 있는 이번 시즌 이상화에게는 적수가 없다는 표현이 딱 맞다. 이날 2위 헤서 리처드슨(미국)이 36초90의 개인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이상화의 격차는 0.54초나 됐다. 3위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ㆍ37초13)는 0.77초 뒤졌다.
◇체력ㆍ기술ㆍ정신력 '무결점 여제'=이상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직전보다 5㎏ 정도 체중을 감량했다. 속도의 탄력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같은 힘으로 스타트부터 더 많은 스피드를 내는 최근의 추세에 맞춘 것. 지난 시즌부터 1,000m에 다시 신경을 쓰면서 지구력도 좋아져 후반 스피드가 더 빨라졌다.
기술적인 완성도도 높아졌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 덕에 레이스 내내 상체를 숙인 낮은 자세와 리드미컬한 동작을 유지, 공기의 저항을 줄이고 힘의 분산을 막는다. 올림픽 금메달 1순위로 꼽히는 부담 속에서 거침없이 달리는 강심장은 '무결점 여제'의 비밀 병기다.
한편 이승훈(25ㆍ대한항공)이 이끄는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2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