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인권위장 돌연 사의

"지병때문" 발표 불구 "내부갈등이 원인" 추측


조영황(65)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5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고혈압 등 지병으로 인해 인권위 업무를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어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더이상의 이유는 없다”고 공식발표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2시10분께 인권위 13층 전원위원회실에서 전원위원회(최고의결기구)가 시작된 직후 한 위원이 “워크숍 퇴장 사건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최영애 상임위원에게 위원장 직무대리를 부탁했으며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회의실에서 나갔다. 워크숍 퇴장 사건이란 지난 22일 서울 강북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개최한 ‘인권위 운영방안 비공개 워크숍’에서 상임위원ㆍ비상임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원장이 먼저 워크숍장에서 나간 사건을 말한다. 이와 관련, 인권위 내부와 시민단체에서는 조 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의 내부갈등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사퇴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 위원장이 인권위 사무처 운영과 전원위원회 진행 과정에서 인권위원들과 종종 갈등을 빚었고 워크숍에서도 위원들이 인사권 등 운영업무에 대해 집중 질문하자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 통솔이 어렵다”며 갑자기 자리를 떴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KTX(고속철) 승무원 고용차별건과 북한주민 구명건 등 사회 이목이 집중된 갖가지 진정사건이 끊이지 않은데다 다른 정부기관에 권고를 내리면 “인권위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반발하고 진정인의 주장을 각하ㆍ기각하면 시민단체들이 “인권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비난하는 등 조 위원장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취임한 지 불과 두달 보름여 만에 사퇴한 데 이어 조 위원장마저 불명확한 이유로 중도하차하자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서 권위가 훼손됐다. 한편 청와대는 조 위원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당혹감과 함께 “현재 정확한 사의표명 이유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면서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내일쯤 정식으로 사표가 전달되면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지명 과정을 둘러싼 거듭된 파행과 주동황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의 사퇴에 이어 조 위원장까지 전격적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함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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