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동표의 '두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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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임직순-근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 미술의 폭과 깊이를 더했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 승동표의 작고 10주기 회고전이 5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잊혀진 작가 발굴을 위한 주요 기획전의 일환. 승동표가 그 첫번째 작가로 선정됐다.
승동표는 이중섭의 오산학교 1년 후배로 해방 전에는 거의 화단 전면에 나타나지 않았던 작가지만, 1940년과 41년 조선미술전람회에 2년 연속 입선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당시 일본미술 유학을 통해 서양화를 답습하던 화풍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사실주의, 인상주의, 포비즘, 입체주의 등 서구의 미술을 다양한 기법으로 응용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긴 작품은 서양화 완성작 91점과 소묘 60여점이다.
그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해방이후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혼란의 근현대 한국사에서 그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평안북도 정주군이 고향이었던 그는 일본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활동했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북한의 폐쇄적인 공산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월남, 북에 남겨둔 가족들에게 해가 될까 해서 오직 교직에만 전념했다. 분단의 아픔을 안은 채 그는 은둔자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국내 작가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남한 작가에 국한돼 온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이번 전시는 그의 초기 작품부터 말기작품까지 작품세계 전모를 알 수 있는 첫번째 대규모 유작전이며 최초의 개인전이기도 하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유화, 드로잉, 수채화 등 100여점으로 야수파적인 표현기법과 입체파 양식에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시를 통해 한국 화단에 잊혀졌던 승동표의 생애와 작품을 되돌아 봄으로써 근현대 한국미술사의 빈 자리를 채우고 그의 작품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준 학예연구관은 “근대 작가들은 광복과 전쟁과 분단이라는 시대적 격동기를 살면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했으며 아울러 그들에 대하 연구도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의 작품들에 빛을 가하고 화가로서 다시 평가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들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5일부터 6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제 5전시실 (02)2188-6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