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해운사 벌금체납에 초강경 보복조치/87년 반도체분쟁후 최대 무역전쟁 예고【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이 16일 일본 화물선의 미국 입항 금지, 미국 항구에 정박중인 일본 선박의 억류라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전면적인 미·일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 87년 미·일 반도체 분쟁때의 강경자세에 버금가는 것으로, 일본을 비롯, 아시아국가에 통상압력을 더욱 강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지난달 자동차 협상 이후 팽팽히 맞서고 있는 한·미 통상분쟁 해결에 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강도높은 보복조치는 일본의 비타협적인 자세와 맞물려 있다. 미연방해사위원회는 일본 해운회사에 지난 15일까지 밀린 벌금 4백만 달러의 납부를 종용했지만, 일본 선사들은 벌금을 낼수 없다는 분명한 의사를 통보했다.
그러자 미해사위원회는 다음날 즉각 연안경비대에는 일본 화물선이 미국항구에 입항하지 못하게 하고, 세관에는 정박중인 일본 선박은 발을 묶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국은 올초 미국 선박이 일본 항만에서 하역노조와의 사전협의 없이 자유롭게 하역하도록 할 것을 요구, 그동안 일본정부와 37차례나 협상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9월4일부터 미국항구에 입항하는 일본 선박에 대해 정박회수당 10만 달러의 과징금 부과했다.
미국은 달러강세로 무역적자가 늘자 지난 여름이후 일본을 비롯, 한국·중국 등 아시아국가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해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시장을 열지 않으면 어떠한 물리력도 사용할수 있다는 것을 아시아국가에 보여줌으로써 현재 걸려있는 각종 통상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엄포용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통상문제 해결에 강경노선으로 돌아선 것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국내 현안에 수세에 몰려있기 때문으로 통상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미해사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후지 타카오 교통성장관은 미국의 조치에 대한 보복을 결정하기 앞서 해결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미·일 분쟁 우리에게 어떤 영향미치나/일 수송화물 분산 장기화땐 반사이익
해운업계는 이번 미국측의 조치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수출업체들은 미국으로 수출물량 수송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를 표시하고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중 일본선사들의 적취율은 10%내외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바이어들도 대부분 선사를 복수로 지정하고 있어 수출물량 수송 차질현상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는 일본의 NYK, MOL, K라인 등 정기선 3대 선사가 소유 또는 운영하는 모든 선박의 미국 항구 입항이 금지되면 이들 선사가 취항하고 있는 극동미국, 동남아미국, 유럽미국 등 주요항로의 화물이 한국, 대만, 중국선사로 옮겨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선사가 전세계에서 미국으로 실어나르는 화물은 연간 1백19만TEU로 화물운임만 15억달러에 달한다. 이물량중 우리나라선사들이 10%로만 차지해도 연간 1억5천만달러의 운임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일본 자동차의 대미 수출증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전용선의 경우 제재대상 3개선사가 세계 전체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어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15%인 우리나라 선사들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