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문을 연 지 29일 만인 30일 비로소 정상 운영에 들어간다.
국회는 이날 상임위를 정상 가동하고 오후 본회의를 여는 것으로 연말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막을 연다.
다음 달 1일에는 기초연금 후퇴 논란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하고, 14일부터 11월2일까지 20일간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11월 7~8일 이틀 동안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고, 12~18일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걸쳐 대정부질문을 한다.
특히 11월11일에는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대통령 시정연설을 청취할 예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첫 연설에 나설지, 정홍원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할지 주목된다.
이밖에 여야는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해 지난 7월 활동을 마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의 결과 보고서를 30일 채택한다.
이처럼 여야가 일단 의사일정에 합의해 국회 정상운영의 물꼬가 트였지만 언제라도 파행이 재연될 가능성은 불씨로 남아있다.
특히 여야는 국가정보원 개혁,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공약 후퇴 논란, 국회선진화법,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압력설, 세법 개정안, 무상보육 재원 마련 방안, 부동산 대책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양보 없는 일전을 예고, 국회 정상화 이전보다 더 첨예한 충돌이 일어날 조짐마저 감지된다.
국정원 개혁안과 관련, 민주당은 별도의 특위를 설치해 국회에서 개혁안을 성안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개혁안을 제출하면 국회 정보위 산하 기구에서 심의해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공약포기, 민생포기, 미래포기 등 3포 예산”이라며 예산 전쟁을 선언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공방이 예상된다.
소득 하위 70% 노인층에게 차등지급하는 기초연금 정부안의 경우 새누리당은 이를 반드시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원안을 복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 주무 장관인 진영 보건복지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퇴 의사를 꺾지 않은 점은 여권의 기초연금 정부안 추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진 장관이 결국 사퇴하면 복지부 차관이 대신 나서서 정부안의 입법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내부의 우려섞인 시각이다.
만약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인사청문회 단계부터 기초연금 문제가 불리한 방향으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고, 정기국회 회기 중 주무 장관을 교체하는 부담도 적지않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주무 장관조차 반대한 ‘기초연금안’을 부실한 안으로 규정하고, 이를 여권이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여야 간 ‘기초연금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또 장관 교체에 따른 인사 청문회에 대비, 벌써부터 여권의 ‘인사 난맥상’을 파헤치겠다며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수습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맞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요 국정과제 입법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원내에 정기국회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연말까지 이어질 장기전에 대비했다. 종합상황실 산하에는 14명의 원내부대표가 번갈아 상주하는 ‘상황점검팀’과 민주당의 이슈 공세에 즉각 대처하기 위한 ‘이슈대응팀’을 꾸렸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국민에게 ‘민생을 챙기는 제1야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준다는 계획이다.
24시간 체제로 돌아가는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원내에 설치했으며, 소속 의원 전원도 정기국회 내내 24시간 ‘숙식 근무’를 하기로 했다. 심지어 매일 밤 원내 지도부가 참여하는 일일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기강을 다잡는다는 계획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