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두고 롯데와 경방, 태광 3자간의 기싸움이 만만찮다. 지난 8월 롯데의 계약 직후 있었던 태광의 송출중단 무력시위를 끝으로 순탄할 듯 보였던 인수작업이 홈쇼핑 4사와 태광이 잇따라 방송위원회에 롯데의 인수를 반대하는 정책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또 한번 난항에 부딪혔다. 여기에 우리홈쇼핑이 지난 18일 밤 “우리홈쇼핑의 최대 주주는 46.96%를 보유한 태광”이라는, 새로울 건 없지만 미묘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는 예견됐던 일?’=태광이 문제 삼는 건 2004년 우리홈쇼핑이 홈쇼핑사업자 재승인을 받으면서 내걸었던 약속을 위반했다는 점. 재승인 당시 경방이 향후 3년간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쓴 각서를 깬 이유에 대해 경방 측은 “태광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고 밝혔지만 태광 측은 “경방 측이 자금 확보를 위해 우리를 핑계로 대는 것”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우리홈쇼핑이 밝힌 “1대 주주는 태광”이란 논리에 대해서도 태광 측은 “롯데의 인수작업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롯데가 3.25%밖에 지분이 없는 건 롯데가 방송위 승인이 나야 나머지 50% 주식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고, 경방과 무관하다고 밝힌 다수의 소액 주주들은 올 초 주주총회 때 경방의 우호지분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의 1대 주주는 경방이고 이를 롯데가 인수한다는 것이다. 즉, 2대 주주인 태광으로선 자신들이 롯데와 경방의 이른바 ‘부적절한 거래’로 우리홈쇼핑이 2004년 재승인을 조건으로 방송위와 맺었던 약속을 어겼다는 점을 강조해 롯데의 대주주 승인변경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이다. ◇대주주 변경 승인되나=그러나 상황은 태광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롯데 이전에 이미 태광이 지난 6월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당시 경방 측은 “태광이 적대적 M&A를 시도한다”며 승인 불허를 주장했고 방송위는 태광의 신청을 보류했다. 태광 측은 “대주주 변경 승인만 했을 뿐 경영권 논란을 벌이거나 M&A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월 우리홈쇼핑 주주총회에서 경방의 경영권 강화를 우려하며 격렬한 논란을 벌였다. 롯데가 유통재벌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태광 또한 케이블TV 업계에서 최대 지분을 확보한 만큼 홈쇼핑까지는 안 된다는 논리도 나올 수 있다고 업계 일각에선 논란이 되고 있다. 태광이 문제 삼는 ‘각서’ 역시 재승인의 법적 필수사항이 아닌 참고 자료였다는 점이 방송위의 부담을 덜어 준다. 결정을 내려야 할 방송위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송법 상 시한은 올 11월 초지만, 연장이 가능해 내년 1월까지 승인을 연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