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의 비자금 정국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속내는 `(검찰조사) 이후 펼쳐질 결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두렵지만 지금보다는 검찰조사 이후 대기하고 있을 줄소송이 정작 기업경영의 족쇄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비자금수사 태풍의 눈에 빠져든 A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협조해서 빨리 끝내고 싶지만 도무지 앞날이 자신이 없다”며 “자칫 비자금수사 결과가 시민단체나 소액주주의 표적으로 될 경우 사실상 기업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사태까지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내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인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당수의 기업들은 지금보다 앞으로의 기업운명을 더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조사후 줄소송이 두렵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검찰의 기업비자금 수사결과에 따라 해당기업들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회사 자금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난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소송을 원하는 소액주주가 있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특히 SK해운의 경우 검찰 수사를 통해 2,000억원의 비자금을 불법조성한 혐의가 드러난 만큼 주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거명된 기업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일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면서도 “(시민단체를 필두로 소액주주들의 소송이 줄을 잇는다면) 사실상 정상 경영은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한 임원은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주주들이 회사 핵심경영진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소송공세를 펼치는 것”이라며 “소송의 결과도 기업 입장에선 자신할 수 없으며, 소송 과정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대외신인도 하락 시작인가= 검찰의 비자금수사가 확산일로를 치닫자 설마설마 했던 `대외신인도` 추락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뉴욕 월가에선 벌써 `코리아 디스카운트(여타 국가보다 금리를 더 높이는 것)`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내달초 4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키로 했으나 투자자들이 최근 검찰수사 등을 이유로 발행금리를 0.3~0.5%포인트 인상할 것을 요구당했다.
현대차는 해외채권 발행을 무기연기했지만 여타 한국기업 관련 채권에 대한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슬슬 확대되는 추세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상무)는 “최근 며칠새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물 스프레드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주 상무는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고려하면 검찰의 기업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를 탓할 수는 없다”며 “다만 계속 끌고 가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부행장은 “노무현 정권의 개혁에 상당한 기대를 가졌던 월가의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구태적인 정경유착 관행이 반복된데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가 철저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 >